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기회를 앞에 두고도 망설인다. 실패가 두려워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경쟁자는 과감하게 실험하는데, 우리는 과거의 성공 방식을 반복하며 ‘안전’에 머무른다.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일리야 스트레불라예프 교수는 이런 조직에 필요한 해법으로 ‘벤처 캐피탈의 사고방식’을 제시한다. VC는 실패를 피해 다니지 않는다. 오히려 실패를 ‘계산된 전략’의 일부로 본다. 그리고 이 사고방식은 스타트업이 아닌 기존 기업에도 적용 가능하다.
VC 마인드는 단순히 모험을 하자는 말이 아니다. 리스크를 통제하면서도 기회를 놓치지 않는 사고법이다.
"진짜 위기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다."
많은 조직이 실수를 두려워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실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면,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야”, “리스크가 너무 커”라며 보류한다. 하지만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이, 시장은 이미 바뀌고 있다. 경쟁사는 과감하게 움직이고, 고객은 새로운 선택지를 찾아간다. 위험을 피하려다 기회를 놓치는 것, 이것이 오늘날 기업이 겪는 진짜 위기다.
일리야 스트레불라예프는 “실패는 위험이 아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 진짜 위험이다”라고 말한다. 특히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는, 완벽한 정보가 모이기를 기다리는 동안 기회가 사라진다. VC들은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빠르게 결정하고, 실패를 감수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실패 없는 도전은 없기 때문이다.
기업이 생존하고 성장하려면,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도 ‘작은 실행’을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 실패하더라도 얻는 게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실패가 아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배우는 것도 없다. 그게 가장 위험하다.
"실패는 끝이 아니라 과정이다."
VC는 실패를 피하지 않고 설계한다.
일반적인 조직은 실패를 피해야 할 일, 감춰야 할 일로 여긴다. 한 번의 실패로 평가가 깎이고, 책임이 따르고, 팀 분위기도 위축된다. 그래서 실패하지 않을 것 같은 안전한 길만 선택한다. 하지만 그런 길에서 혁신은 절대 나오지 않는다.
VC는 완전히 다르게 생각한다. 그들은 애초에 대부분의 시도가 실패할 것임을 알고 투자한다. 예를 들어, 20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하면 15개 이상은 실패하고, 단 하나만이 엄청난 성공을 거둔다. 그리고 그 하나가 전체 수익을 만들어낸다. 이처럼 VC는 실패를 전제로 전략을 짠다.
실패를 피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실패에서 배우고 다음 시도를 더 정교하게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 실패는 끝이 아니라 다음 단계로 가는 디딤돌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실패를 허용하는 구조, 실패를 분석하는 문화, 실패 이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조직은 점점 더 똑똑하게 움직인다. 실패는 성장의 비용이 아니라, 성장을 위한 필수 과정이다.
"전체 포트폴리오가 전략이다."
하나하나의 판단보다 ‘그림 전체’를 설계한다.
대부분의 조직은 개별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에 집중한다. 하나의 사업, 하나의 아이디어가 성공할 수 있을지를 따져보고, 확신이 서지 않으면 보류하거나 중단한다. 하지만 벤처 캐피탈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 이들은 개별 성공보다 포트폴리오 전체의 구조와 균형을 먼저 설계한다.
VC는 투자할 때 “이 스타트업이 성공할까?”보다는 “이 실패가 전체 포트폴리오에 어떤 영향을 줄까?”를 생각한다. 즉, 몇 개는 실패하더라도, 한두 개가 대박을 터뜨리면 전체 성과가 난다는 구조를 미리 짜둔다. 중요한 건 하나하나의 완벽함이 아니라, 전체 판의 조합과 확률이다.
이 방식은 기업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리스크가 큰 프로젝트, 당장 수익은 없지만 가능성이 있는 실험, 안정적인 기존 사업 등을 함께 배치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조직은 훨씬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다. 하나의 실패가 조직 전체를 흔들지 않는 구조, 그것이 리더가 설계해야 할 전략의 출발점이다.
"모두가 찬성하면, 그건 진짜 위험한 신호다."
의견 충돌이 없는 조직은 실험하지 않는 조직이다.
조직에서 모두가 찬성하는 아이디어는 편안하다. 추진도 빠르고 갈등도 없다. 하지만 진짜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대부분 처음에 낯설고 불편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반대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다. VC들은 바로 이 점에 주목한다. 그들은 “모두가 찬성하는 아이디어는 충분히 대담하지 않다”고 본다.
VC는 일부러 반대자 역할을 맡기는 ‘데블스 애드버킷’ 제도를 운영한다. 누군가는 반드시 “이 아이디어를 왜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또 일부 VC들은 아예 찬성률이 100%가 되지 않아도 실행 가능한 '합의 마이너스 X' 규칙을 사용한다. 9명 중 7명이 찬성하면 추진 가능한 구조다.
이런 시스템은 갈등을 피하려는 조직 문화에 경고를 던진다. 조직은 의견 충돌을 회피할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아이디어의 강점을 더 날카롭게 만들기 위해서, 실행 전에 약점을 검증하기 위해서다. ‘모두가 좋아하는’ 아이디어보다 ‘의견이 갈리는’ 아이디어에 기회가 숨어 있다. 충돌이 없는 조직은 이미 실험을 멈춘 조직이다.
"회의는 작을수록 강하다."
사람이 많아질수록, 생각은 약해진다.
많은 기업이 중요한 회의에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부른다. 이유는 다양하다. 공유를 위해서, 책임 분산을 위해서, 혹은 누군가 빠지면 섭섭할까봐. 하지만 실제로 그런 회의에서 실질적인 대화는 거의 없다. 대부분은 듣기만 하고, 몇몇 사람만 의견을 낸다. 결과적으로 의사결정은 느려지고, 책임도 모호해진다.
반면 VC는 회의 인원을 철저하게 제한한다. 스타트업 투자처럼 불확실하고 빠른 결단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소규모 팀이 가장 효율적이다. 아마존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두 판의 피자’로 배부를 수 있는 규모, 즉 8~10명이 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또한 VC는 회의 전 피드백을 비공식적으로 먼저 수집하고, 상급자보다 하급자가 먼저 발언하는 구조를 만든다. 이 방식은 권위가 아니라 논리와 정보 중심의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만든다.
회의는 많을수록 좋지 않다. 사람은 많을수록 조심스러워지고, 결론은 평균에 머문다. 반대로 작고 날카로운 팀은 더 빠르고 과감하게 움직인다. 진짜 중요한 결정은 말이 많기보다, 깊이가 있는 대화에서 나온다.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는 단 하나의 질문"
“왜 해야 하지?”가 아니라 “왜 하지 말아야 하지?”
VC들은 수백 개의 스타트업 제안을 받는다. 모든 제안서를 깊게 분석한다면 시간과 자원이 모자란다. 그래서 그들은 일단 대부분의 제안을 빠르게 걸러내야 한다. 이때 사용하는 방식은 놀라울 만큼 단순하다. 바로 질문을 바꾸는 것이다.
대부분의 조직은 “이 프로젝트 왜 해야 하지?”라고 묻는다. 그러면 팀은 장점을 중심으로 설명하게 된다. 하지만 VC는 이렇게 묻는다. “이 프로젝트를 왜 하지 말아야 하지?” 질문에 ‘Not’ 하나를 붙이는 순간, 시선은 장점에서 리스크와 결함으로 바뀐다. 이 질문은 빠르게 결함을 찾아내고,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도와준다.
이 방식을 VC는 ‘100:10:1 전략’이라고 부른다. 100개 중 90개는 빠르게 걸러내고, 10개만 집중적으로 검토해 1개를 결정한다. 효율적인 프로세스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기업도 이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모든 아이디어에 “왜 하지 말아야 하는가?”를 먼저 묻고, 결함이 없다면 다음 단계로 넘긴다. 질문 하나가 판단의 속도와 깊이를 동시에 높여준다.
Source: A conversation with Stanford GSB professor Ilya Strebulaev (Apr 2, 2025), "To Make Better Decisions, Think Like a Venture Capitalist", HBR On Strategy (ChatGPT 활용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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