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든가 말든가, 그냥 노력해보는 건 없다 - 경영전문블로그 Innovator

장강일의 경영전문블로그입니다.

20241123

하든가 말든가, 그냥 노력해보는 건 없다

회의가 열린다. 쉽지는 않지만, 해야 할 업무들을 논의하는 데 도대체 진척이 없다. 모두가 논의에 참여해 열띤 토론을 벌이는 데 회의감만 쌓인다.


업무의 난이도와 특성 등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으나, 혹시 모든 회의가 그렇게 흘러가지는 않는가?


별 생각없이 사용하는 단어 중에 대화를 망치는 게 있다. 서로에 대한 믿음에 흠집을 내고, 때로는 대화 자체를 중단시키기도 한다. 회의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고 마주 않아 이야기할 때마다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But"


하지만(But)이라는 단어는 참 교모하다. 일상적으로 쓰여 별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이 단어는 지금까지 언급된 모든 내용들을 부정하는 힘을 발휘한다. 


"But"이라는 단어가 쓰이면, '지금까지 내가 말한 것은 다 무시해도 좋아. 이제부터 진짜 내 속마음을 이야기해줄께’처럼 받아들여진다.


이 업무를 잘 수행했어, But 몇 가지를 개선했으면 해.

(I appreciate all the work you've put in, but I need this redone.)


앞에 긍정적인 언급은 But이라는 단어 하나로 지워진다. 그리고 초점은 뒤에 이어지는 비판에 맞춰진다.


상대의 말에 반박할 때는 '그런데(Yes, But)'라는 형태로도 쓰인다.


맞아, 그런데 그게 안 먹힐 것 같은데...

(Yes, but that won't work for me because...)


But은 '만약에 했었더라면' 이라는 표현과도 잘 쓰인다.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이 업무를 완수했을꺼야.

(If only I had more time, I'd finish this project.)


다른 멤버가 협조를 해주었다면, 일을 처리했을꺼야.

(If only my team supported me, I’d ahead.)


이처럼, But은 회의에 부정의 기운을 퍼뜨리는 마법과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아이디어를 개진하거나 해결책과 협력을 논의할 때 상대에게 부정적인 방어벽을 느끼게 만든다.


"But"의 이런 부정적 효과를 막기 위해선, "And"로 대체하거나 문장 구조 자체를 변경할 수 있다.


예컨대, 업무를 잘 수행했어. 그리고 몇 가지만 더하면 더 훌륭해질 것 같아.

(I appreciate all the work you've put in, and I'd like us to adjust a few things to make it even stronger.)


이러면 긍정적인 언급들을 유지하면서, 상대가 피드백을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전달할 수 있다. 논의가 부정되거나 중단되는 게 아니라, 긍정적인 논의가 이어지고 더 나은 해결책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된다.


"Try"


시도해볼께요 또는 노력해볼께요는 정중한 표현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완곡하게 책임감을 회피하게 된다. 시작도 하기 전에, 그리고 일을 끝까지 완수하기 전에 이미 안될 수 있음을 가정한다. 


내일까지 작성해보도록 노력할께요.

(I'll try to finish the report by tomorrow.)


미팅에 참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I'll try to make it to the meeting.)


Try는 '당신이 뭘 요청하는 지 알겠어요. 그런데 그 일은 제가 할 수 없거나 저한테 우선순위가 높지 않아요. 하지만 당신 앞에서 직접 부정하거나 당신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런 Try의 속 뜻을 이해하고, 또 이런 말을 쓰고 반복적으로 업무가 수행되지 않은 것을 확인하게 되면 당신은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회의 자리에서 Try가 곧잘 쓰이게 되면, 시도만 하고 처리가 되지 않은 일들이 누적될 수 있다. 그리고 회의에서 많은 일들이 논의되더라도 참석자들은 이 일이 이번에도 끝까지 완수되지 않을 수 있고 또 이런 만성적으로 반복되는 회의와 논의들에 막연한 패배감을 느낄 수도 있다.


Try를 Will로 대체하는 방안이 있다.


내일까지 이 리포트를 보고 하겠습니다.

(I will have the report to you by tomorrow.)


미팅 때 참석하겠습니다.

(I will be there for the meeting.)


"Can't"


할 수 없습니다(Can't)는 종종 하고 싶지 않습니다(Won't)로 해석될 수 있다.


Can't를 그 의도로 쓴 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상대방에게는 이 업무가 완수되는 것에 기꺼이 기여하고 싶지 않다는 뜻으로 들린다. 


정말 무언가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예컨대 다른 업무들을 처리하느라 시간을 낼 수 없을 때, 이 업무를 처리할 스킬이 없을 때, 또는 다른 필요한 리소스가 없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Can't를 써서 논의의 문을 아예 닫아 버리기 전에,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게 효과적이다.


이 보고서를 오늘까지 끝낼 수 없어요.

(I can't finish this report today.)


이렇게 말하기 보다는...


혼자서 이 보고서를 오늘까지 마무리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요. 조언을 주시면, 내일까지 작성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I'm not confident I can finish this alone. Could someone guide me so I can get it done by tomorrow.)


이렇게 표현하면 이 업무를 완수하고자 하는 노력과 의지를 강조할 수 있다. 그리고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현실적인 한계를 언급하면서, 업무를 완수하기 위해 필요한 도움과 조언을 요청할 수도 있다.


"Do, or do not. There is no try."


Star Wars의 요다가 말한 것으로 유명한 문구이다.


But, Try, Can't는 은근슬쩍 대화에 스며들어, 예기치 못한 부정적 기운을 퍼뜨리고 논의의 진전을 막아 선다. 


이 단어가 입에서 맴돌 때, 의도적으로 다른 표현으로 전환시키고 분위기를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 다른 이들이 당신을 보는 인식이 바뀔 것이며, 스스로도 긍정적 태도와 기운이 강해질 것이다. 물론 회의 분위기와 그 결과도 달라질 것이다.


이 세 단어가 혀 끝에서 간질거릴 때, 한 호흡 멈추고 한 번만 다시 생각해보자.


Source: Marcel Schwantes (Nov 16, 2024), "Want to Boost Your Communication Skills?",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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