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주요한 역할은 직원들에게서 유용한 아이디어를 끌어 내는 것이다.
그런데 CEO와 대면하는 것만으로도 이에 반하는 효과가 발휘될 수 있다.
CEO는 자산의 의지에 상관없이 주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직원들은 CEO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냐에 따라, 개인의 명성과 경력개발 기회, 그리고 조직내 포지션까지 위기에 처할 수 있다. CEO 앞에서 직원들은 섣불리 나서기 보다는 안정적인 침묵을 택한다. 이런 침묵이 조직과 CEO에 도움이 될 리 없다.
"미팅 방식과 환경을 비튼다."
CEO는 약간의 조정을 통해 미팅 분위기를 전환시킬 수 있다.
예컨대, 주요 미팅을 CEO가 주관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맡긴다. 미팅 진행권을 넘겨줌으로써 상급자가 아니라 마치 코치처럼 참석자들 사이로 스며들 수 있다. 참석자간 상호작용을 좀 더 주의 깊게 살펴볼 수 있는 것은 덤이다.
통상적으로 좌석은 직급에 따라 배치된다. 이러한 포맷 자체가 직원들의 행동과 의견 제기에 영향을 미친다. 이 때 좌석을 직급에 상관없이 섞어버리는 것도 효과가 있다. 자신에게 지정된 자리에 편안하게 파묻혀 잠자코 있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직급이나 직책, 권위에 젖어 들어 관성적으로 나서거나 또는 움츠려 드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CEO도 가장 상석이 아니라, 여러 참석자들 사이에 어울려 앉는다.
이런 환경 변화와 함께 CEO는 자신이 은연 중에 보일 수 있는 미세한 제스처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몸짓과 얼굴 표정, 목소리 톤과 강도, 억양까지도 직원들에게 긴장이나 위압감을 주지 않도록 조심한다.
"CEO가 먼저 취약함(vulnerability)을 드러낸다."
CEO 먼저 본인이 부족한 부분을 기꺼이 인정함으로써 다른 직원들도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내는 데 부담을 가지지 않게 한다.
회의에 임하는 직원들은 어떤 말을 하고, 또 어떤 말을 하지 말아야 할지, 그리고 지금 이 행동이 본인에게 어떤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미칠지 고민하며 말 한마디에 조심한다. 그래서 CEO가 먼저 나서 직원들을 심리적으로 무장해제 시켜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직원들은 침묵으로 자신들의 부족함을 가리려 한다.
공개적으로 본인의 생각과 의사결정의 취약한 부분을 지적하고, 자신이 모르는 부분을 솔직히 인정하고, CEO가 가지고 있는 스스로의 불확실함과 고민을 털어 놓고, 직원들에게 허심탄회하게 도움을 청한다.
"어떤 생각을 옹호(advocacy)하기 전에, 서로 간의 질의(inquiry)를 유도한다."
CEO가 원하는 것은 고리타분한 관성적이고 교과서적인 답변이 아니라, 수평적이고 비선형적이며 분분한 논의이다.
CEO가 어떤 주장에 대해 힘을 실으면, 직원들은 논쟁이 끝났다는 시그널을 감지하게 된다.
질의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다. 설명(explanatory)과 탐색(exploratory)이다. 설명적 질의는 인과관계에 기반해 현재의 상황을 분석하고 이해하려 한다. 탐색적 질의는 가정을 만들고 향후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 예견하려 한다.
설명적 질의는 실행(execution)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고, 탐색적 질의는 혁신(innovation)을 촉발하는 데 효과적이다.
CEO가 원하는 게 실행이든 혁신이든, 단정적으로 특정한 답으로 몰아가는 게 아니라, 사려 깊은 질문으로 직원들이 답을 찾아가도록 도와야 한다.
"귀 기울여 듣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어떤 CEO는 대놓고 본인의 관점에 직원들이 챌린지 하도록 한다. 내가 틀릴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내가 미처 보지 못하거나 고려하지 못한 게 어떤 게 있을까요?
(Tell me why I might be wrong. Help me see my blind spots?)
그리고 누군가 CEO가 간과하는 부분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면, 기꺼이 감사를 표하고 그 직원의 아이디어를 좀 더 깊이 있게 살펴보자고 한다. CEO의 관심은 본인의 권위와 의사결정의 무결성이 아니라, 혹시라도 잘못된 판단이 가져올 수 있는 리스크를 줄이고 더 나은 의사결정을 찾아 가는 것이다.
어떤 CEO는 직원이 의견을 제시하면 잠시 멈추어 생각한다. 직원을 존중하며, 그들의 의견을 귀 기울여 듣고 있고 또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CEO의 이런 상징적 제스처는 직원들에게 진실의 순간(moments of truth)과 같은 가치를 전달한다. 그리고 직원들이 좀 더 숙고하고, 이 회의에 좀 더 기여하고 싶은 의지를 불러 일으킨다.
그리고 직원의 의견을 인정하거나 칭찬할 때, '좋은 아이디어 네요' 라는 식으로 형식적으로 답하지 않는다.
왜(why) 그 의견이 가치 있고 CEO가 도움을 얻었는지 구체적으로 언급한다. 그러면 직원들은 의견제시 활동을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하게 되고, 또 어떻게 참여해야 의미가 있는 건지 교훈을 얻게 된다.
'그 의견을 들어보니, 이전 의사결정 과정에서 신경 쓰지 못한 다른 위험 요인을 식별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CEO는 불필요하거나 별다른 의미가 없는, 그리고 영혼이 없는 칭찬은 피하는 게 낫다. 그 한 마디가 직원들의 행동과 사고방식을 특정한 방향으로 이끌기 때문이다. 직원들에 대한 칭찬이나 인정에 인색해서도 안된다. 마음에 와 닿을 수 있는 이유와 진정성이 담기면, 칭찬은 강력한 유인으로 작동한다.
Source: Timothy R. Clark (23 Jan), "How a CEO Can Create Psychological Safety in the Room", HBR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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