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벤처스에서 개발한 디자인 스프린트(Design Sprint)는 디자인 씽킹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기법이다. 단 5일만에 아이디어 스케치부터 프로토타입 테스트까지 신속하게 진행하며,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자극하고 새로운 개선 기회를 발굴한다.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은 단순하다, 그러나 실제 이를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디자인 스프린트는 디자인 씽킹을 손쉽게 활용하고 관리할 수 있게 돕는다. 단계별 가이드를 따라 주어진 5일동안 차근차근 진행하기만 하면 된다. 이른바 물만 붓고 끓이기만 하면 되는 즉석 혁신 솔루션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디자인 스프린트는 가히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프로젝트 수행법으로 일컬어진다. 그런데 어디서나 통하는 만병통치약일까?
"해결책(solution)이 아니라, 문제(problem)에서 시작한다."
디자인 스프린트는 혁신적인 도구 상자이다. 그러나 다른 툴과 마찬가지로 어떤 상황에서는 기가 막히게 효과를 발휘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그저 그런 수준으로 그친다.
디자인 스프린트는 잘 고안된 문제(problem) 정의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해결책(solution)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 시민들의 건강한 식품 선택을 돕는 앱을 원한다.
- 운전면허자들의 시험 대기실을 어떻게 편안하게 만들까?
- 배송 서비스에 어떻게 대화용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적용할 수 있을까?
이런 문제들은 비교적 구체적인 이슈들을 제기하지만, 이미 그 안에 해결책을 담고 있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선호하는 해결책을 암시하며 고객사가 이미 생각하고 있는 답을 세부적으로 언급한다.
디자인 스프린트를 진행할 때, 첫 날에는 풀어야 할 타겟을 정하고 질문을 정교화하는 작업을 한다. 이때 해결책이 아니라 문제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문제는 하나의 해결책을 품은 게 아니라, 여러 가능한 해결책들을 담아낼 수 있는 여지가 있어야 한다.
- 시민들에게 어떻게 건강하게 음식을 섭취하도록 독려할 수 있을까?
- 운전면허 시험자들의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를 어떻게 경감시킬 수 있을까?
- 배송 서비스에 대한 고객들의 문의 전화 수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동일한 상황에서 다음과 같이 질문을 바꿀 수 있다. 어떤 특정 해결책으로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도출될 수 있는 여지가 열린다.
고객사가 이미 특정한 솔루션을 염두하고 있다면, 디자인 스프린트는 큰 가치를 제공하지 못한다. 특정한 솔루션을 구체화시킬 수 있는 다른 종류의 워크샵이 더 효과적인 답을 제공할 것이다.
특정 해결안을 염두하고 디자인 워크샵을 진행하면 디자인 스프린트에 대한 불신만 가중시킬 수 있다. 십중팔구 특정 해결안에 대해 원하는 깊이의 답이 나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즈니스가 아니라, 사용자의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 비즈니스 문제: 지난 몇 달 동안 신규 가입자가 줄어들고 있다. 어떻게 더 많은 고객을 유입 시킬 수 있을까?
- 사용자 문제: 요즘과 같은 경제 상황에서 젊은 세대는 자신의 미래 재무상황에 대해 더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나 현재 충분히 그러지 못하고 있다. 우리 재무 플래너들은 20~30대 고객들에게 어떻게 적절하고 호감을 줄 수 있는 방식으로 다가설 수 있을까?
비즈니스 문제는 일반적으로 성과지표(KPI) 또는 특정 부서의 성과와 연관되어 있다. KPI 문제로 시작하면, 고객전환율과 같은 수치에 집중하기 쉽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수치 너머에 있다. 수치의 좋고 나쁨이 아니라, 고객의 행태나 고객의 목소리에서 근원적인 문제를 찾아야 한다. 비즈니스 문제도 결국은 고객의 문제로 표현되고 녹아 들어가야 한다. 디자인 스프린트는 이러한 사용자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효과적이다.
"디자인 스프린트도 용도와 상황에 맞게"
우선 맹목적인 환상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디자인 스프린트가 썩 그럴싸한 혁신 도구이기는 하지만 모든 유형의 문제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그 상황에 맞는 다른 형태의 접근법이나 워크샵이 더 효과적이다.
요컨대 디자인 스프린트가 힘을 발휘하기 위해선 적절한 질문에서 시작해야 한다. 디자인 스프린트는 세부적인 UX 이슈 보다는 좀 더 포괄적인 질문을 풀어나가는 데 적합하다. 특정하게 정해진 솔루션의 답을 찾는 게 아니라 복수의 해결책을 타진하고 다양한 개선 아이디어들을 도출하는 데 효과적이다. 그리고 좋은 질문은 사업이 아니라 고객 관점에서 나온다.
Source: UX Collective (Jan 2021), "Good and bad questions for a Design Spr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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