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참모들은 분주하고 엄중한 상황에서도 매일같이 대통령에게 브리핑을 한다. 아무리 복잡한 주제라도, 또 아무리 짧은 시간이 주어져도 필요한 정보를 응축해서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이는 비단 대통령 뿐만 아니라 기업의 최고 경영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때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백악관에서 두 차례 근무를 한 바 있는 Grant Harris는 대통령에게 브리핑하는 비결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집무실에 들어가기 전"
첫째, 주요 조언자(crucial noddler)를 미리 파악한다.
브리핑 도중에, 대통령은 브리핑 내용에 대해 신임하는 자문의 반응을 살피기 마련이다. 해당 자문이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면, 대통령은 안심하며 브리핑 내용이 타당하며 사전에 필요한 사람들과 상의가 되었다고 인식한다. 하지만 자문이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면, 아이디어를 확신하지 못하고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게 된다. 심지어, 자문이 불신하거나 지지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 브리핑을 중간에 멈추기도 한다.
그래서 브리핑 하기 전에 해당 아이디어와 관련된 주요 자문을 파악하고 사전에 조율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주요 조언자의 지지가 있어야 대통령에게 무언가 제시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둘째, 대통령의 몸짓 신호를 이해한다.
최고 경영자들은 나름의 제스처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 자세하게 설명하시오" 또는 "빨리 발표하시오"와 같은 신호를 보낸다.
대통령에게 주기적으로 브리핑을 하거나 자주 커뮤니케이션하는 사람들을 통해, 대통령이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 보이는 신호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런저런 신호들에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적절한지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 대통령의 바디 랭귀지를 이해하고, 브리핑 중간에 시시각각의 반응 변화에도 침착함을 유지하며 적절한 방식으로 대처할 수 있다.
셋째, 대통령의 미팅 방식을 이해한다.
어떤 대통령은 브리핑 도중에 모든 포인트들에 질문하고 호될 정도로 다그친다. 이런 질의 방식에 겁을 먹고 대통령의 질문들에 Yes로 일관하면 대통령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 반면에 매번 대통령과 논쟁을 피하지 않을 경우, 폐쇄적인 사람으로 인식되고 대통령의 화만 돋울 수 있다.
가능한 범위에선 대체로 Yes의 태도를 취하되,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포인트들에선 현명하게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유연하지만 주관이 있는 참모로 인정받을 수 있다.
넷째, 성공과 실패에 대한 다양한 대안을 준비한다.
집무실에 들어가기 전에 미팅에서 얻어야 할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성공과 실패가 단순한 2진법으로 구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양한 옵션이 존재할 수 있다.
브리핑에 대한 반응이 부정적으로 흘려갈 때, 완전한 No 보다는 조금이라도 나은 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정 안되면, 아이디어를 완전히 죽이기 보다는 다음에 또 논의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아이디어가 긍정적으로 전달되어서 Yes가 예상될 때에는 추가로 덧붙여서 얻어낼 수 있는 버전까지 준비가 되어야 한다. 요컨대 완전한 실패가 되지 않도록 제한된 승리를 얻어내거나, 승리가 예상되면 좀 더 크게 좀 더 빠르게 실행될 수 있는 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일단 집무실에 들어가면"
일단 브리핑이 시작되면, 준비된 자료를 읽는 게 아니라 회의실의 분위기를 읽어야 한다. 도입부터 미팅이 진행되는 과정을 모니터링하며 혹시라도 잘못될 수 있는 징후들을 재빨리 감지하고 대응해야 한다. 노트 필기도 다른 이에게 맡기고 현장에 완전한 감각으로 깨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아무리 철저히 준비하더라도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 예기치 못한 일이 생기거나 그날따라 대통령의 심리상태가 브리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사전에 리더의 제스처와 성향을 미리 이해하고, 회의실에서 시시각각의 상황 대응력을 높인다면 언제든 최적의 브리핑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Source: Grant Harris (Nov 2020), "How to Brief a Senior Executive", HBR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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