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전기자동차 점유율이 늘어나더라도 가솔린 차는 한동안 시장의 주류로 남아 있을 것이다. 고객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 카페와 같은 다양한 부대시설이 주유소 안으로 들어오고, 택배 배송 거점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로봇이 사람대신 주유를 해줄 수 있다.
이 모든 아이디어는 고객들에게 추가적인 가치를 제공한다. 그런데 이게 과연 고객중심(customer centric)의 생각일까? 주유소를 통해서 고객이 진정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편리하게 내 차에 기름을 넣는 것이다.
고객은 주유를 해야 하지만, 주유소에 방문하는 게 번거롭다. 그러면 스타벅스를 주유소로 가져오는 게 아니라, 기름을 고객들에게 가져가는 건 어떨까?
"고객중심이 아니라 제품과 서비스 중심에 빠져있는 회사들"
대부분의 회사는 고객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대부분은 주유소에 이런저런 서비스를 갖다 붙이듯이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빠져있다. 고객 관점이 아니라 전적으로 제품과 서비스 관점이다.
반면에 Filld와 Booster는 온디맨드 가스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은 가스가 필요할 때 앱으로 주문하고, 이들 회사들이 고객에게 배송해주는 것이다. 얼마가지 않아 가스가 떨어질 때쯤 자동차가 알아서 가스를 주문하는 날이 다가올 수 있다.
"제품 너머로 봐야 고객이 보인다."
고객의 구매 여정을 살펴보는 게 유행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회사는 고객이 아니라 제품 관점에서 여정이 시작되고 끝난다. 예를 들어 주택담보대출이라고 하면, 대출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시점부터 고객여정을 분석한다.
예컨대 은행이 담보대출 앱을 설계한다고 상상해보라. 고객들이 담보대출을 검색하고 신청하는 과정을 좀 더 쉽게 만드는 데 주력할 것이다. 알고리즘을 개발해 딱 맞는 상품을 신속하게 찾을 수 있게 하고, 상담원과 라이브 채팅도 가능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는 전형적인 제품중심(product focused)의 접근법이다. 고객이 언제, 왜 담보대출을 찾게 되는지에 대한 맥락이 간과되었다.
반면에 싱가포르에 위치한 DBS 은행은 자신의 금융 상품을 넘어서 기획한다. 어떤 고객도 아침에 담보대출을 구해야 한다는 흥분감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고객들이 진정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건 주택 구매이다. 집을 찾는 고객의 여정은 담보대출 여정보다 훨씬 앞서서 시작된다. 이를 파악한 DBS 은행은 담보대출 앱이 아니라 Home Connect라는 앱을 출시한다. 이 앱에는 고객들이 바라는 주택을 찾을 수 있도록 관련 정보들을 통합해 제공한다. 주택이 매물로 나오면 앱을 통해 주변 환경을 살펴보고, 주변의 최근 거래가를 확인할 수 있다. 학교나 교통편, 쇼핑 편의성 등의 정보도 파악 가능하다. 꿈에 그리던 주택을 찾게 되면, 고객은 담보대출 계산기를 통해 자신의 예산으로 구매 가능한지 알 수 있다. DBS는 이를 통해 담보대출에 앞서 고객의 잠재 기회들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다.
세상의 모든 회사들이 고객 중심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과연 자신들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테두리를 벗어나, 고객 입장에서 본질적인 문제를 풀려고 하는 회사는 얼마나 될까?
Source: Sunil Gupta (Oct 2020), "Are You Really Innovating Around Your Customers’ Needs?", HBR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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