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타는 세상에서 가장 민첩한 동물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불과 3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런데 치타의 엄청난 경쟁력은 빨리 달리는 게 아니라, 빨리 멈추고 방향을 바꾸는(stops and turns) 데 있다.
"빠름에 집착하는 기업들, 빠른 좀비 기업?"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들은 새로운 제품과 프로세스를 개발하고, 이전의 사업모델을 바꾸는데 신경을 쓴다. 그리고 가능한 신속하게 추진하려 든다. 그런데 빠른 실행에만 집중하다 보면, 예기치 않은 상황 변화가 발생했을 때 유연하게 변경하거나 심지어 멈춰야 할 때 제때에 대응하지 못한다.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사업들이 단지 예산과 조직이 배정되어 있다는 이유로 좀비처럼 생명력을 이어 가기도 한다. Gary Hamel은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엄청난 관료제적 낭비로 지적한다.
혁신 활동의 70~90%는 실패한다. 문제는 더 이상 효과가 기대되지 않는 활동들에도 관성적으로 자원이 할당되는 것이다. 그리고 관리자 입장에서는 자원이 얼마나 할당되느냐에 따라 조직내 위상이 결정되는 상황에서, 주어지는 자원을 포기하고 실패를 인정하는 것은 그만큼 어려워진다.
"의사결정도 쉽게 되돌릴 수 있게"
Amazon의 Jeff Bezos는 경영진들이 의사결정을 번복할 수 있도록 격려한다. 의사결정을 내릴 때 예상치 못했던 잘못된 결과들이 발생하더라도 오랫동안 지속되지 않게끔 하는 것이다. 이런 조직문화 속에 리스크를 무릅쓰고 시도하는 활동들이 자연스럽게 권장된다. 부정적 결과가 발생하면 다시 신속하게 되돌리면 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도와 실험이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
실수를 하지 말고 혁신을 하라는 것은 혁신을 죽이는 것이다. 혁신을 독려하고 실수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되돌리는 게 효과적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회사 상황은 이렇지 않다. 수많은 투자 제안서는 되돌릴 수 없을 정도의 사업 규모와 실행 계획을 담고 있다. 초기에 적지 않은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고, 상당기간 매출과 수익이 발생하지 않다가 어느 시점을 지나야 매출이 발생하는 시나리오를 그린다. 예상했던 수익이 발생하지 않을 때에는 이미 사업을 멈추기에 너무 많은 시간이 흐른 뒤이다. 바로 이 순간만 넘기면 수익이 발생한다는 헛된 기대와 함께, 지금까지 들인 시간과 자원을 고려하면 지금 시점에 멈추는 건 터무니 없다고 인식한다. 그리고 계속 무의미한 자원과 시간이 질질 투입된다.
"사업계획도 단계별로 분해하고 테스트해야"
이런 실행의 덫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벤처 투자가의 방식을 활용할 수 있다. 사업계획서는 그야말로 사업 실험(business experiment)을 위한 것이다. 거대하고 리스크가 큰 도박과 같은 사업계획을 일련의 작은 계획과 단계별 테스트로 분해한다. 그리고 각 단계별로 가설을 명확히 한다. 해당 가설을 테스트하고, 지표를 통해 그 결과를 판단하고 지속할지, 수정할지, 또는 멈출지 (persist, pivot, or pause) 결정한다.
규모를 섣불리 늘리지도 않는다. 사업의 핵심 가정이 검증되기 전에는 인력을 갑자기 늘리거나, 생산 시설을 대폭 확장하거나, 마케팅 예산을 급격하게 늘리지 않는다. 비용은 수익에서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쓴다.
처음부터 제품 라인업과 대상 고객군, 판매 지역을 전방위적으로 설정하고 제품을 검증하지 않는다. 되돌릴 수 있는 수준의 소규모 타겟 범위를 설정해 제품을 검증하고 보완 및 확장해 나간다.
"직원들의 두려움을 덜어줘야"
일에 대한 책임을 직원들에게 전가하는 회사에서는, 직원들은 업무가 아무리 비생산적이라고 할지라도 현재 업무 방식을 고수한다. 기존 업무를 변경하거나 중단했을 때 발생하는 부담을 직원들이 고스란히 떠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두려움을 해소시켜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 당장 드러나는 결과가 실망적이라고 할지라도, 계산된 리스크를 무릅쓰는 직원들의 가치를 인정하고 보상해주어야 한다. 이를 통해 대담한 시도들을 지속할 수 있게 하고, 리스크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통해 더 나은 해결책을 찾아갈 수 있게 돕는다. Amazon 역시 이런 과정을 통해 여러 실패들을 거듭하지만, 마침내 Amazon Marketplace를 통해 대박을 터뜨리게 된다.
요컨대 앞 날을 예측할 수 없는 역동적인 변화 상황에선 빨리 달리는 게 능사가 아니다. 그만큼 빠르게 멈추고 또 신속하게 방향 전환을 할 수 있어야 한다.
Source: Darrell Rigby , Sarah Elk, Steve Berez (Sep 2020), "Start Stopping Faster", HBR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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