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톨릭교회는 일찍이 1587년에 악마의 대변인(advocatus diaboli) 제도를 도입했다. 성인 추대 심사에서 의도적으로 반대 입장을 취하며, 기적으로 일컬어지는 이벤트들의 허점을 찾아내는 역할이었다. Teresa 수녀가 성인으로 추대될 때도 무신론자인 Christopher Hitchens가 그 역할을 맡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조직은 논쟁이 발생할 때, 이렇게 견제와 균형 역할을 수행하는 이가 필요하다. 이들은 남들이 놓친 중요한 정보를 찾아내거나, 다수가 무리 지어 휩쓸려 가는 집단사고를 방지한다.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빠져들기 전에 주의를 환기시킴으로써, 위기를 사전에 막아내기도 한다.
그런데 악마의 대변인 역할이 잘못 쓰여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저 논쟁적인 입장을 취하거나, 구성원 사이에 갈등만 증폭시키기도 한다. 악마의 대변인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1. 사람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공격한다.
논쟁에서 인신공격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악마의 대변인은 상대의 성격이나 신의를 문제삼지 않는다. 이런 개인적인 비난은 관계만 손상시키고, 상대가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까지 막게 된다.
사람이 아니라 그가 제시하는 아이디와 주장의 적절성에 초점을 맞춘다. 그 과정에서 줄곧 상대를 존중하며, 개인적으로 비하하거나 모욕하는 언행을 취하지 않는다.
2. 견고한 논리와 이유에 기반한다.
악마의 대변인은 단순히 시비를 걸거나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는 게 아니다. 상대와 다른 새로운 관점의 데이터와 근거를 가지고 상대가 주장하는 내용에 합리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팀이 다른 관점에서도 문제를 살펴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대변인의 역할이다. 팀내 다른 누군가의 신뢰를 떨어뜨리는게 목적이 아니다.
3. 새로운 대안을 함께 제시한다.
파괴적인 역할만 취하는 게 아니라 생산적인 역할도 수행한다. 상대 아이디어의 빈틈만 공략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길과 대안도 제시하는 것이다.
비록 깊이 있게 고안되거나 완전히 검증된 아이디어는 아니라도, 논의를 한 단계 더 진전시키고 새로운 논쟁을 통해 또 다른 아이디어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다.
4. 개인이 아니라 팀에 헌신한다.
성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조직들에서는 악마의 대변인 역할을 개인의 주장을 펼치거나, 팀내 누군가를 깍아내리기 위해 악용하는 사례를 볼 수 있다. 대변인은 개인의 이해관계를 충족시키는 게 아니라, 조직이 더 나은 결과를 효율적으로 달성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5. 멈출 때를 안다.
악마의 대변인은 팀의 사고를 진전시키고, 의사결정의 질을 향상시키는 게 목적이다. 의사결정을 지체 시키거나 팀의 앞 길을 막는 게 아니다.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충분히 펼쳤고, 팀이 앞으로 나아갈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되면 기꺼이 대변인 역할에서 벗어나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6. 정체되지 않는다.
어떤 조직에서든 악마의 대변인이 필요하긴 하지만, 한 사람이 매번 그 역할을 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람들은 이내 타성에 젖어 특정 대변인의 이견 제시에 무던 해지기 쉽다. 이럴 때에는 구성원들이 돌아가며 대변인 역할을 수행하는 게 효과적이다. 각자 대변인에게 요구되는 기술들을 습득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사고하는 법을 익히는 것이다.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팀은 너무 나이스하다. 팀원들끼리 치열한 논쟁을 벌이거나 서로가 각을 세우며 반대되는 주장을 펼치는 것을 꺼려한다. 일상의 익숙함 속에 조직을 파국으로 이끌 진짜 악마가 깃들기 전에 악마의 대변인 육성이 필요하다.
Source: Bruce Eckfeldt (May 2020), How to Play Devil's Advocate in a Productive Way,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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