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하게 느껴지지만, 창의성(creativity)은 제약(constraints)을 좋아한다.
한 워크샵에서 지금까지 보지 못한 운동 기구에 대한 브레인스토밍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빈 도화지와 같은 표정으로 시작해서 그럭저럭 몇 개의 괜찮은 아이디어들을 생각해냈다.
다음엔 운전 중에 사용할 수 있는 운동 기구를 개발해보라고 했다. 참여자들의 목소리는 한층 더 시끄러워졌고, 첫번째 워크샵에서는 별 생각이 없던 사람들조차 흥미로운 아이디어들을 제안하기 시작했다.
어떤 경우가 아이디어를 도출하기 더 쉬웠을까? 두번째 워크샵에서는 아무런 제약이 없는 하얀 도화지가 아니라, 특정한 상황(context)이 주어졌다. 다른 말로 박스가 하나 주어진 것이다. 사람들은 주어진 박스에 깊이 초점을 맞추면서(zoom in), 박스가 가진 자원의 제약도 명확하게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그 한계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해야 한다.
"원치 않는 한계를 받아들이고, 한걸음 더 나아간다."
Phil Hansen은 작은 점을 찍어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오랫동안 익혀왔다. 그러나 손떨림이 심해지면서, 급기야 예술가가 되려는 꿈을 접고 한동안 방황하게 된다. 그러던 중 그에게 신경 손상을 진단했던 의사가 조언을 한다. "손 떨림을 받아들이세요."
이후 그는 정교한 점묘법이 아니라 손이 가는 대로 휘갈기는 그림을 시도한다. 그리고 스스로 한계를 만들기 위해 발로만 그림을 그려본다. 그리고 손떨림으로 망쳐지지 않을 다양한 재료로 작품의 소재를 변화시켜 나간다. 결국 그는 점묘법이라는 단순한 하나의 방식으로 그림을 시작했으나, 손떨림으로 인해 다양한 방식과 소재들을 시도하며 예술 활동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Phil Hansen은 제약상황에 깊이 빠져들수록 창의성이 자극되는 경험을 몸소 체험했다. 이를 통해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선, 먼저 한계에 처해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제약 상황에 직면해야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더 적극적으로 발현되는 것이다.
요컨대 상자를 벗어나고 싶다면, 벗어날 상자와 함께 주어진 제약과 한계를 마주 대해야 한다. 덤으로, 한계를 맞닥뜨리며 도출된 아이디어는 그 생명력과 실행력도 높기 마련이다.
Source: Rachel Audige (Apr 2020), "Using limits to become limitless", Innovation Excell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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