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상황에서 요구되는 리딩(lead)과 관리(manage) - 경영전문블로그 Innov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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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9

위기 상황에서 요구되는 리딩(lead)과 관리(manage)

위기(crisis)는 복잡성과 예측하기 힘든 변동성을 지닌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경영자는 두가지가 동시에 필요하다. 리딩(lead)과 관리(manage).

현재의 긴박한 요구들에 대처하는 것은 관리(manage)의 영역이다. 임박한 이슈들에 의사결정을 내리고 자원을 배치해야 한다. 긴박한 상황인만큼 단호한 행동이 요구된다.

반면에 리딩(lead)은 당장 눈 앞의 이슈를 관리하는 게 아니라, 위기의 처음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거치는 동안 가장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사람들을 가이드 하는 것이다. 리더의 시선은 현재가 아니라 다음에 어떤 일이 전개될 지에 초점이 맞추어 진다. 목전의 이슈에 급급하지 않고, 이 다음에 그리고 그 다음에 올 난관들을 미리 예상하고 앞서 준비하는 것이다.

그런데 20여년간의 연구에 따르면, 민간과 공공 영역의 관리자들은 위기에 처하면 관리에 급급하고, 리딩 역할은 미흡한 경우가 빈번했다.

"목전의 이슈에 시선이 온통 쏠린다."

인간의 뇌는 당장의 위협에 집중하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다. 자기 방어를 위한 오랜 진화 과정의 결과이다. 문제는 바로 눈앞의 현상들에만 몰입하는 것이다.

리더는 의도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서야 한다. 좀 더 앞의 전경도 살펴봐야 하고, 주변 현상들에도 눈과 귀를 열어야 한다. 이른바 메타 리더쉽(meta-leadership)이 필요하다. 위험과 함께 기회를 전체적으로, 그리고 더 폭넓게 살펴보는 것이다.

눈 앞의 현상으로 드러난 시급한 일들에 급급하게 반응(response)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 현상 저변에 있는 더 중요하고 본질적인 이슈들을 골라낼 수 있어야 한다.

2010년에 발생했던 대규모 원유 유출 사고인 Deepwater Horizon 폭발 사고 때, 국가재난본부의 부책임자를 역임했던 Peter Neffenger는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상황 연결맵(situation connectivity map)을 작성했다. 유출 사고로 인해 유발될 수 있는 다양한 상황들을 시각화 하여 정리한 것이다. 여기에는 법적인 이슈를 포함해 정치적 파급효과, 비즈니스 연속성 이슈, 지역사회에 미치는 경제 사회적 영향, 환경적 영향, 공공기관의 협력 이슈 등 다양한 요소들이 담겨 있었다. 이런 광범위한 상황 이해를 기반으로, Neffenger는 그가 주력해야 할 가장 시급한 이슈는 유출 현장을 급급하게 수습하는 게 아님을 파악했다. 연방정부와 주정부, 현지 공무원들을 움직일 정치적 명분이 더 시급한 과제였음을 이해했고, 이를 해소함으로써 현장 복구 활동의 추진력을 높일 수 있었다. 

"리딩 보다는 관리가 편하다."

위기상황에서 관리자가 빠지기 쉬운 덫은 하루하루 운영 업무가 고되기는 하지만, 익숙하고 편하다는 것이다. 시시각각 현장에서 세세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행동을 취하다 보면 아드레날린이 치솟는다. 바삐 움직임으로써 무언가 가시적인 결과들도 나타나는 것 같다. 그러나 이건 마치 당을 너무 많이 섭취해 순간적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하지만 이내 쓰러질 상태와 흡사하다.

리더는 다음주에 어떤 일이 전개될지, 다음달은? 심지어 내년에 어떤 일이 전개될지 예상하고 조직을 준비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장의 모든 세세한 일에 관여하고 관리하고 싶은 욕구를 떨쳐버리고 직원들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믿고 맡기며 그들이 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적절한 지원과 가이드를 제공해야 한다.

에너지와 항공 등 고위험 사고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산업에서는 위기 대응을 위해 HSSE (health, safety, security, and environment. 보건, 안전, 보안, 환경) 업무를 강력하게 수행한다. HSSE 기능을 신뢰하는 최고 경영자는 위기가 발생하면, 현장의 위기 대응 활동을 세세하게 통제(micro-manage)하지 않는다. 이는 현장 관리자들의 대응 업무의 리듬을 깨뜨릴 수 있으며, 복구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경영자는 현장 관리 업무가 아니라, 위기 이후에 더 강건하고 더 나은 시스템을 만드는데 주력한다.

"상황을 세세하게 통제하려 든다."

관리자가 빠지기 쉬운 또 다른 덫은 모든 것을 통제하려 든다는 것이다. 관리자가 세세하게 관여하는 순간, 조그만 의사결정 들에도 관리자의 승인을 얻어내야 하는 일들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현장의 대응 속도가 느려지고 새로운 제약 조건들과 함께 구성원들의 당혹감도 늘어난다.

리더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통제(control)가 아니라 질서(order)이다. 질서는 구성원들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요구되는 바를 이해하는 것이다. 동시에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할지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리더는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모든 일을 통제하려는 불가능한 욕심을 버리고,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원칙을 제시하고 구성원들의 동참을 유도해야 한다.

2013년 Boston 마라톤 폭탄 테러 당시, Deval Patrick이 주지사를 맡고 있었다. 그는 현장에서의 모든 상황을 일일이 통제하려 들지 않았다. 수사는 FBI가 맡고, 현장 수습과 관리는 보스톤 시장이 맡고 있음을 명확히 했다. Patrick 주지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최적의 역할은 커뮤니케이터임을 이해했다. 그는 정부의 공적인 얼굴로써 주민들에게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고, 백악관과는 신뢰할 만한 중개자로서의 책무에 주력했다.

"위기 대응에 주력하느라 사람을 잊는다"

위기가 위기인 이유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관리자는 경제지표와 주가, 수익, 비용 등 매일의 지표에 얽매이기 쉽다. 이 수치들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이는 사람들의 활동이 표출된 결과물이다.

리더는 위기 상황에서도 사람들을 통합시켜야 한다. 이 난관을 극복할 팀의 소중한 일원으로서 비전을 제시하고 이에 참여하고 싶은 의도를 불러 일으킨다. 개개의 구성원들이 어떻게 이 위기극복에 동참할 수 있을지 이해를 돕고, 또 구성원들이 노력하고 기여하는 바를 인정하고 북돋운다. 결국은 개개 구성원들의 마음이 동하고 참여해야 위기 상황이 극복될 수 있다.

요컨대 리딩(lead)과 관리(manage)는 항상 교차하는 두 개의 원과 같다. 위기가 처음 발생하는 순간에는, 두 원의 상당부분이 겹쳐진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가면서, 두 원은 조금씩 떨어진다. 탁월한 리더는 점차 현재의 세세한 위기 관리는 다른 누군가에게 위임하며, 위기 이후에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고심하고 힘을 기울여야 한다.

Source: Eric J. McNulty, Leonard Marcus (Mar 2020), "Are You Leading Through the Crisis or Managing the Response?", HBR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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