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a가 디자인 스타를 죽이다 - 경영전문블로그 Innov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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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5

Data가 디자인 스타를 죽이다

데이터가 세상을 지배한다.

디자인에 대한 의사결정도 사용자 피드백과 지표로 판가름 난다. 프로토타입과 A/B 테스트, 고객 로그 분석으로 효과가 검증되지 않으면, 디자인은 적용되지 못한다.

그야말로 데이터 주도의 디자인(data-driven design)이 한 때 각광을 받던 디자이너의 본능(designer's instinct)을 밀쳐내고 있다. "감(gut)을 믿는다"는 말은 이제 게으르고, 제 잘난 맛에 사는 디자이너를 뜻하게 되었다. 데이터로 사용자 반응을 직접 확인하는 시대에 본능과 추측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 보인다.

"Data는 단지 전체 스토리의 일면만을 보여준다."

그런데 클릭과 전환율만이 사업이 추구하는 유일한 목표가 아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는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데이터는 그 중에서 쉽게 측정할 수 있는 것들에 초점을 맞추기 쉽다.

예를 들어, 전환율을 2% 높여야 하고, 브랜드 신뢰도도 함께 상승시켜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하자. 신뢰도처럼 코드로 짜기 어려운 목표 보다는 전환율 측정에 주력하기 싶다.

Google Ventures의 디자인 파트너인 Braden Kowitz는 구글 체크아웃 버튼을 디자인한 적이 있다. 여러 피드백을 거치면서, 버튼은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더욱 커지고 테두리는 도드라지고 화려해졌다. 갈수록 장식이 늘어나며 결국은 완전히 추해졌다.

그런데 버튼을 디자인할 때 클릭 수 이상의 고려사항들이 있음을 깨닫기 시작했다. 브랜드에 대한 친숙함과 신뢰감을 전달해야 하며 고품질의 이미지도 묻어나야 했다. 클릭 수만으로 상대 비교를 하다 보니, 디자인 관점의 더 큰 맥락과 측정하기 어려운 다른 중요한 목표들을 간과했던 것이다.

"Data가 이끄는 천편일률적인 디자인 (Data-driven sameness)"

데이터 주도의 디자인을 하다 보면, 성형미인처럼 많은 웹사이트들의 모습이 유사해진다.

어자일(agile) 방식이 점진적인 효율성을 높이는데 주력하게 되면, 남들과 다른 혁신적인 시제품을 만들고 테스트하는 게 힘들어진다. 그래서 이미 데이터로 입증된 다른 회사의 사례들을 손쉽게 따라 하기 쉽다.

이런 상황에서 디자인도 남들이 하는 유사한 방식을 따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하나의 과정(process)으로 의미가 축소된다.

"Data는 당신이 던지는 질문의 수준에 달려있다."

데이터의 가장 큰 맹점은 넣는 input의 질에 따라 output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부적절한 타이밍에 또는 부적절한 사람들에게 부적절한 질문을 던지면, 잘못된 결론이 도출된다. 예를 들어, 초기 수용자와 열광적인 사용자들은 일반적인 사용자와 반응이 다를 수 있다.

데이터는 여러 정보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 그것도 수집 방식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진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얻은 결과라고 해도 무턱대고 받아들이지 말고, 다른 정보 그리고 업계에 축적된 경험을 통해 검증하고 살펴봐야 한다.

"어떤 때 Data를 활용하고, 디자이너 본능을 활용할까?"

첫째, 두세 개의 옵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라면?

데이터가 빛을 발휘할 수 있다. A/B 테스트를 통해 어떤 옵션이 바라는 성과를 발휘하는지 판가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때에도 페이지뷰나 클릭 수처럼 눈에 보이는 지표 이외에 장기적인 관점의 가치 지표들을 균형되게 살펴봐야 한다.

둘째, 제품의 질과 심미적 특성을 개발한다면?

데이터 보다는 본능에 의지해야 한다. 품질은 수 많은 세세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일관성을 유지하며, 정확성을 높임으로써 나오는 총체적인 결과물이다. 개중에 하나의 의사결정을 데이터로 검증한다는 건 큰 의미가 없다. 사용자는 디자인 전문가도 아니며, 그들의 피드백은 상황에 따라 매우 주관적이며 기복이 심할 수 있다. 데이터가 아니라, 모든 디테일에서 의미를 만들어내는 디자인 감각이 더 효과적이다.

셋째, 브랜드와 명성을 구축한다면?

데이터가 쉽게 측정할 수 없는 영역이다.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와 명성은 단기간의 게임이 아니다. 때로는 겉으로 드러나는, 단기적인 데이터의 반응을 거스르는 의사결정도 취해야 한다.

"디자이너의 본능은 즉흥적인 감이 아니다."

디자이너의 본능은 수년간 세상을 관찰하며 거듭된 시행착오를 통해 형성된다. 이런 의미에서 본능 역시, 경험 속에 장기간 축적된 트렌드와 데이터이다. 본능을 따른다는 것은 디자이너와 일체화된 오랜 데이터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A/B 테스트 등 단기간의 데이터가 디자이너 본능과 짝을 이룰 때, 남다른 디자인이 발현될 수 있다.

Source: Benek Lisefski (Aug 2019), "Data-Driven Design Is Killing Our Instincts", Mod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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