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metrics)가 문제? 운전을 못하면 계기판 탓인가? - 경영전문블로그 Innov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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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6

지표(metrics)가 문제? 운전을 못하면 계기판 탓인가?

경제사학자인 Jerry Muller는 측정(measurement)하는 건 전혀 문제가 아니라고 역설한다. 다만 지나치게, 또는 부적절하게 측정하는 게 문제일 뿐이다. 지표가 아니라, 지표에 대한 집착(fixation)이 문제를 불러 일으킨다는 것이다.

최근 HBR에서 지표(metrics)가 전략을 대체함으로써, 회사의 가치마저 파괴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https://bit.ly/2NinzTi

"그런데 지표(metrics)가 정말로 문제의 근본 원인일까?"

정말 지표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나? 사실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빈번하게 발생한다.

지표를 소홀히 한 경영자들은 지표 측정을 통해 통찰력을 얻지 못한다. 경영의 중요한 자산으로서 지표의 힘과 잠재력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Einstein은 이런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의미 있다고 해서 모두 셀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셀 수 있다고 해서 모두 의미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빅데이터 기술의 확산과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 되면서, 측정 기술은 더 스마트해지고, 더 빨라지고, 현실에 맞게 적응력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지표를 활용하는데 더 전략적이고 더 정교해질 수 있는 여건들이 조성되고 있다.

이처럼 갈수록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이 중요한 경쟁 요소의 하나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선, 경영자가 적절한 지표를 선정하고 활용하지 못하는 게 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바보야, 측정(measurement)이 아니라, 리더쉽(leadership)이 문제야."

Google, Amazon, Netflix 같은 기업들은 핵심 지표를 선정하고 이에 집중하는데 지나칠 정도로 골몰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성과를 극적으로 향상시키고 있다. (HBR은 KPI가 전략을 대체해서 문제라고 하지만) 이 기업들에게는 KPI 자체가 바로 전략이다.

Alibaba가 개인간 온라인 쇼핑몰인 Taobao를 런칭할 때, 선정했던 핵심 성과 지표는 '신규 일자리 창출'이었다. 마윈은 Taobao 경영진에게 런칭 첫 해에 백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라고 독려했다. "일정 수준 이상으로 수익을 올리면 당신들에게 불이익을 줄 겁니다. 지금은 너무 많은 돈을 버는 게 우리의 목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신규 일자리 창출.. 이 지표는 전략적 의지가 반영되어, 구성원들의 업무에 영감을 불러 일으켰다. 지표를 통해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가 명백하게 개개 구성원들에게 전파된 것이다.

Amazon은 '측정될 수 있는 것은 모두 측정한다'. 웹 디자인이나 제품 특성에만 한정되는 게 아니다. 재무와 HR, 운영 프로세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Bezos는 측정되지 않으면 개선되지 않는다고 믿는다. 그는 조직 내에 지표 기반의 문화(culture of metrics) 확산에 앞장선다.

"운전 못한다고 계기판을 탓하나?"

Goodhart의 법칙이 있다. "측정 자체가 목표(target)가 되면, 측정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회 혹은 경제 현상을 인위적으로 규제하게 되면, 이를 연구하면서 측정한 기존 통계치의 본질적 특성이 사라진다. 예를 들어, 만약 무언가를 하기 위해 목표를 정하고 측정하려고 하면, 사람들은 그 수치를 달성하는 데 주력한다. 다른 것들은 무시해버리고, 어떻게든 수치만 채우는 것이다. 결국 그 측정 자체가 좋은 측정치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무용지물이 되버린다.

Wells Fargo가 교차 판매라는 성과 지표를 활용했기 때문에, 부정과 폐해가 발생한 게 아니다. 교차 판매라는 지표를 부적절한 목표(target)로 전용했기 때문이다.

Wells Fargo 경영진들은 순진해서든, 부주의해서든, 아니면.. 의도적이었든 다른 적절한 지표를 고르지 않았다. 조직은 어떤 행위를 하는 것만큼이나, 어떤 행위를 하지 않는 것으로도 영향력을 행사한다.

누가 회사의 핵심 지표를 결정하고, 보상 정책을 수립하는가? 경영진이다.

지표가 전략을 대체(proxy) 하면서 전략의 애초 목적을 훼손시킨다는 주장은 지표만을 탓한다. 애초에 부적절한 지표를 선정했거나, 전략과 지표를 괴리(mismatch)시킨 경영진의 잘못을 간과한 것이다.

요컨대 체중계가 당신을 비만으로 이끈 게 아니다. 서툰 경영자 때문에 지표를 탓하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

Source: Michael Schrage (Oct 2019), "Don’t Let Metrics Critics Undermine Your Business", MIT Sloan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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