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씽킹을 가로막는... Pressure to Perform - 경영전문블로그 Innov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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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1

디자인 씽킹을 가로막는... Pressure to Perform

디자인 씽킹 방법론으로 구글의 디자인 스프린트(Design Sprint)가 잘 알려져 있다.

불과 5일 안에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문제를 이해하고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사용자 조사까지 마치는 것으로, 그야말로 단거리 달리기에 비유된다.

디자인 스프린트는 신속하게 시도하고, 신속하게 실패하고 학습하는 마인드가 저변에 깔려 있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왜일까?

"Pressure to Perform"

대부분의 회사는 결과와 성과를 중요시한다. 구성원들은 성과에 대한 압박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느낀다.

이런 상황에서 구성원들은 안전한 길(safe path)을 가기 마련이다. 이전의 의사결정에서 벗어난, 새롭고 도전적인 선택은 선뜻 취하지 않는다.

디자인 스프린트 워크샵에서도 구성원들은 일상적인 아이디어 수준에 머무른다. 크게 실패하지 않을 안전한 해결책과 남들이 행했던 베스트 프랙티스를 선호하는 것이다.

과거와 다른 파괴적인 혁신, 대담한 아이디어, 상자를 벗어난 사고는 현실에서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어떻게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관성적 사고를 넘어설 수 있을까?

"Crazy Thinking, 아이디어를 뿜어내라."

디자인 스프린트에는 "Crazy 8"이라는 기법이 있다.

종이를 반으로 3번씩 접었다가 펼치면 8개 칸으로 나뉘어진다. 총 8분 동안에 참석자는 각 칸에 아이디어를 하나씩 빠르게 스케치해야 한다. 1분이 지나면, 무조건 다음 칸으로 넘어가야 하고 시간이 종료되면 펜을 놓는다.

정해진 짧은 시간에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쏟아내게 하는 게 목적이다. 대게 처음 떠오르는 생각은 덜 혁신적인 경우가 많다. 7개의 추가적인 칸을 채워 가면서 다른 아이디어들을 끄집어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여기서 각각의 아이디어가 탁월할 필요는 없다. 시간적 압박 속에, 참여자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내부 비판의 목소리를 잠시 잠재우고, 확산적 사고를 독려하는 게 관건이다. 일견 비현실적이고 불가능하고, 때론 터무니없어 보이는 아이디어들도 도출되면서, 이중에서 탁월한 아이디어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래서 이 기법을 "Crazy 8"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여기에도 한계가 존재한다. 모두가 창의적인 해결책들을 쭉쭉 뽑아낼 수 있을까?

"Evil Thinking, 부정적인 아이디어에서 시작하라."

Crazy 8은 사용자가 느끼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8개 도출해야 한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사용자의 문제를 현재보다 더 악화시키는 부정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라고 요구하는 기법이 있다. 말 그대로 "Evil 8"이다.

진행 방식은 Crazy 8과 동일하다. 단 상황을 악화시키는, 심지어 우스꽝스럽기까지도 한 최악의 답을 제시해야 한다.

Evil 8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참여자들은 각자가 제기하는 아이디어에 실소하기도 하고 경악하기도 하면서 감정이 이완된다. 각자가 지녔던 사고의 한계나 그럴싸해 보이는 답을 제시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도 이 과정에서 완화된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새롭고 대담한 아이디어들에 마음이 열리기 시작한다.

Evil 8의 의의는 여기에 있다.

브레인스토밍 미팅에서는 모든 참여자들이 창의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압박이 주어진다. 8분만에 8개의 해결책을 스케치하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커다란 빈 박스만을 그려서 제출하기 쉽다.

그런데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덜어주면, 자유로운 생각을 막았던 자의식이나 자기 편집도 약화 된다. 창의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는 힘들지만,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들은 상대적으로 손 쉽게 쏟아낼 수 있다.

서로의 아이디어를 편하게 받아 주면서 팀 멤버들에 대한 경계심도 줄어들고, 서로에 대한 신뢰감과 정서적 안정감도 생기게 된다. 그야말로 회의실 분위기가 풀어지게 된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나쁜 아이디어는 새로운 사고의 문을 열고 좋은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는 판을 깔아 준다. 다양하게 쏟아진 나쁜 아이디어들을 뒤집고, 수정하고, 조합하고, 제거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생각들이 열리게 된다.

요컨대 성과에 대한 압박이나 사고의 관성 등으로 자유로운 아이디어 발상이 제자리 걸음을 할 때, 부정적인 해결책으로 시작해보라. 관점을 바꾸면, 세상도 달리 보인다.

Source: Dana Mitroff Silvers (Aug 2019), "Using “reverse thinking” in an unconventional design sprint at the National Gallery of Art", Medium
Dana Vetan (Jul 2019), "Evil 8’s. Remove the pressure to perform in a Design Sprint", Med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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