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상에서 선형적으로 접근하는 경영전략은 급속히 힘을 잃고 있다. 과거에는 지형(terrain)에 기반한 전략이었다면, 지금은 궤적(trajectory)에 의한 전략이 뜨고 있다.
전통적으로 전략은 현재 주어진 상황(landscape)에서 기인한다. 전략가들은 기업을 둘러싼 주위 지형(terrain)을 훑어보고, 어디가 유망한 입지인지 살펴본다. 그리고 그 곳에서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지 분석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 경쟁자들과 잠재 진입자들의 행동을 예측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한다. 이러한 전략적 사고의 시발점은 바로 기업이 자리잡고 있는 현재 포지션이다.
그런데 오늘날 세상은 갈수록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기업을 둘러싼 지형 자체도 변동성이 날로 높아진다. 오늘은 변함없이 딴딴해 보이는 지형도 어느날 갑자기 지각변동을 통해 땅밑으로 가라앉을 수 있다.
이렇게 역동성이 높은 환경에서 현재 시점의 지형에 기반해 전략을 세우는 것은 막대한 리스크를 유발시킨다. 핵심역량(core competency)을 활용한 전략도 더 이상 과거의 역량이 유효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기업의 눈을 멀게 할 수 있다. 마차에서 자동차로 시장이 불연속적으로 변해가는데, 기존의 역량에 기반해 더 나은 채찍을 만드느랴 정신이 팔리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선 전략에 대한 접근법을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한다. 현재의 지형(terrain)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시선을 궤적(trajectory)으로 옮겨야 한다.
o 궤적의 경영전략이 뭐야?
변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선 변화의 궤적에 대해 심도있게 이해해야 한다. 십년 이후에 비즈니스 지형이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되는가? 그리고 이렇게 예상되는 미래들을 그저 주어지는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다양한 옵션의 미래들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우리 회사가 적극적으로 액션을 취함으로써 원하는 지형을 만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바라는 목적지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궤적을 그리며, 이를 효과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는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
한마디로 현재에서 미래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 미래에 바라는 모습을 먼저 그린 다음에, 이를 달성하는데 가장 임팩트 있는 전략적 행동들을 기획하고 현재를 역으로 맞추는 것이다.
야구선수였던 Yogi Berra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당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른다면 심각하게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 어딘가에 결코 이를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어디로 향해 가는지 분명히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목적지를 알아야 그 방향으로 온 힘을 기울여 움직일 수 있다.
o 최적의 궤적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미래의 지형은 가변적이다. 얼마나 많은 주체들이 동조하고 네트워크 효과를 발휘하느냐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한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내가 바라는 지형이 될거라 기다리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당신이 어떤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인지한 순간, 이미 그 일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기엔 늦었다. 예기치 못하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재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은 더 이상 먹히지도 않고 필히 실패를 가져다줄 것이다.
물론 미래 지형을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지형을 바라보는 시각을 가까운 시일로 좁힐수록, 표면적인 이벤트들에 파묻히기 쉽다. 그리고 일시적인 변화와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변화를 구분할 수 있는 분별력을 잃게된다. 결국 현재로 시야를 좁힐수록 세상의 변화가 더욱 더 불확실해 보인다. 또 상황이 불확실하게 느껴질수록 시야를 더욱 더 좁히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미래 지형을 그리는데 아주 세세한 청사진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것은 "방향감(sense of direction)"을 얻을 수 있는 대략의 아웃라인이다. 이런 방향성이 있어야 가까운 시일내에 내려야 할 의사결정에도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아웃라인을 그리기 위해서는 미래 지형 변화에 영향을 미칠 근원적인 힘(force)을 이해해야 한다. 근원적인 힘을 파악하면, 대략의 미래 방향성을 예측하는 작업이 훨씬 수월해진다. 예기치 못하게 발생하는 표피적인 이벤트들을 세세하게 예측하는데 함몰되어서는 안된다. 그런 이벤트들은 예상치 못하게 발생하고 또 금새 사라질 것이다.
o 다수의 무리들과 소수의 탁월한 전략가, 당신은 어디에 속하는가?
우리 대부분은 편하게 느껴지는 영역(comfort zone)에 깊숙히 기대어 그저 현재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바로 앞의 변화를 무방비 상태로 맞이한다.
우리중 일부만이 편안함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움을 무릅쓴다. 오늘과 매우 상이한 미래를 그리며, 이에 기반해 현재 시점에서 전략적 액션을 취한다. 그리고 마침내 바라는 결실을 거둔다. 이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때그때 발생하는 이벤트들에 급급하게 대응하느랴 그나마 가지고 있던 시간과 자원들을 여기저기 산발적으로 지출하며 점차 생명력을 잃어갈 것이다.
Source: John Hagel, "The Big Shift in Strate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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