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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11

히트 상품을 만드는 비결, 스토리텔링(stroytelling)

2010년 최대 히트 상품 중의 하나로 ‘슈퍼스타K’가 꼽힌다. 케이블 방송에서 자체 제작한 프로그램으로 18.1%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지상파 방송의 모래시계(SBS. 1995)가 64.5%, 허준(MBC. 2000)이 63.7%, 대장금(MBC. 2004)이 57.5%의 시청률을 기록한 바 있다. 예능 프로그램의 강자로 오랜 기간 인기를 끌고 있는 무한도전(MBC)은 올해 들어 최고 시청률 19.4%를 달성했다. 케이블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통상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지상파 프로그램과 비교할 때 흔히 10배 정도의 가중치를 부여하는 것을 고려해보면 ‘슈퍼스타K’의 시청률은 가히 경이적이다.


슈퍼스타K의 성공 비결

이런 ‘슈퍼스타K’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언급될 수 있다. 매회마다 누가 탈락할지 모르는 서바이벌 방식과 박진감 넘치는 전개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대국민 오디션이라는 타이틀 하에 시청자들의 폭넓은 참여를 유도한 인터넷 투표와 개방형 시스템도 주효했다. 그런데, ‘슈퍼스타K’를 생동감 넘치게 만든 결정적인 비결은 따로 있다고 한다.

‘슈퍼스타K’는 이전의 오디션 프로그램들과 차별화된 접근법을 취했다. “그 동안 오디션 프로그램이 성공한 경우가 별로 없었다. 노래로만 경쟁해서는 관심을 끌기 어렵다는 생각에서 ‘슈퍼스타K’만의 스토리텔링을 기획했다. 참가자들이 노래를 부르게 된 배경, 경쟁자들이 합숙하면서 겪게 되는 성장 과정, 노래 실력과 열정, 절박함을 있는 그대로 전달했다. 출연자와 시청자들이 함께 이야기를 만들고 완성하면서 열광했다.” (슈퍼스타K2 총괄연출자 김용범 PD)

시청자들은 다양한 사연의 참가자들이 자신만의 고유한 캐릭터를 가지고 매회 성장해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허각이 최종 우승자가 된 것도 가창력 보다는 그가 보여준 스토리가 훨씬 극적이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른바 스토리텔링의 힘이다.


이야기를 권하는 사회

미래학자인 다니엘 핑크는 정보화 시대 다음에 컨셉 시대가 도래한다고 주장한다. 인류는 18세기 이후, 농경시대에서 산업화 시대, 정보화 시대를 거쳐왔으며, 이제 ‘하이 컨셉’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정보와 기술, 그리고 지식 노동자가 정보화 시대의 주역이었다면, 하이 컨셉 시대에는 감성과 창의성이 부각되고 있다. 다니엘 핑크는 이러한 컨셉 시대에 인간의 미묘한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하이 터치’가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이러한 공감대를 끌어내는 요소로 스토리텔링이 각광을 받고 있다.

롤프 옌센도 그의 저서 드림 소사이어티에서 정보화의 태양은 지고, 꿈과 감성을 파는 사회, 그리고 상품이 아니라 상품에 담긴 멋진 이야기를 파는 사회가 도래하였다고 주장한다. 이제 사람들은 이성과 합리적인 기준에 의해서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감성과 이야기의 힘에 의해 구매한다. ‘필요해서’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좋아서’ 사는 시대인 것이다. 롤프 옌센은 이런 시대에는 기업이 이야기와 꿈을 마케팅에 접목한 드림케팅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비자들은 루이비통 가방을 들고 다니면 자신도 광고에 나오는 유명 인사가 될 거란 유혹에 빠진다. 나이키 제품을 사용하면 스포츠 스타처럼 승리할 수 있다는 환상을 가지게 된다.


이야기가 아니라 말하기

스토리텔링은 단순히 이야기를 뜻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이야기(Story)와 말하기(Telling)의 합성어로 ‘이야기하기’를 뜻한다. 알리고자 하는 바를 재미있고 생생한 이야기로 전달하는 것으로, 화자와 청자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진다.

과거의 스토리텔링은 시작과 끝이 잘 짜여진 이야기로, 모든 내용이 이미 정해지고 완결된 내용이었다. 기업은 그들이 개발한 스토리를 대규모의 광고를 통해 일방적으로 전파하곤 하였다. 그러나, 현재의 스토리텔링은 시작은 있지만 끝이 없다고 한다. 처음에 기업에 의해 개발되었어도, 이 내용들이 돌고 돌면서 소비자들에 의해 끊임없이 재구성된다. 이러한 변화는 웹 2.0 및 소셜 네트워크의 확산과도 맞물려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소비자 참여가 대박의 비결

‘슈퍼스타K’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스토리텔링은 청중과의 상호작용이 중요하다. 즉, 청중을 말하기 과정에 직접 참여시킴으로써 고객이 스토리의 일부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고객과 함께 스토리를 완성해가야 한다.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대박 상품들에는 그 나름의 이야기가 담겨있고, 소비자들이 이를 활발하게 공유하고 전파시키는 것을 볼 수 있다. 전세계 130만 명 이상의 열성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할리데이비슨 오너스 그룹(HOG)은 고전에 가깝다. 1984년, 슈퍼볼 게임에서 조지오웰의 빅 브러더를 패러디 한 광고를 통해 IBM을 우회적으로 공격했던 애플은 최근까지도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어 오고 있다. 스티브잡스는 인문학의 가치를 내세우며 사람을 위한 기술이라는 화두를 내세우고 있으며, 애플의 제품들은 소비자들의 상상력과 참여를 통해 새로운 문화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의 UCC 열풍과 소셜 미디어의 확산을 두고 ‘이야기에 굶주린 시대’에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자사의 제품은 고객과 끊임없이 주고받고 키워갈 수 있는 이야기꺼리를 가지고 있는가? 대박 제품과 성공적인 신사업을 꿈꾼다면 제품의 기능에 앞서 소비자와 함께 만들어갈 스토리텔링에 대해 먼저 고민해보자.

(장강일. Innovator Review, March 2011, Vol.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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