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에 숨겨진 틈새 시장 공략하기 - 경영전문블로그 Innov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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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11

불황기에 숨겨진 틈새 시장 공략하기

시장 환경이 어려울수록 고객을 다양하고 세분화된 시장으로 쪼개어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남들이 미처 신경 쓰지 않는 틈새 시장을 발굴하여 불황의 파고를 헤쳐나가자.
 
쌀쌀해진 겨울 날씨만큼이나 내수 시장이 꽁꽁 얼어 있다. 찬 바람에 바짝 움추린 소비자들의 지갑을 여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들다. 그렇다고 새해의 시장 전망이 밝은 것도 아니다. 세계 경제 둔화로 인해 내수도 뚜렷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해가 바뀌어도 경기에 훈훈한 바람이 불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불황이라고 해서 모든 시장이 위축되는 것은 아니다. 경쟁자가 간과하고 있거나 미처 신경 쓰지 못하는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한다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
 
생각을 바꾸면 보이지 않던 80%가 보인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시장 규모가 큰 메인 시장에 집중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메인 시장은 이미 많은 경쟁자들이 몰려 각축을 벌이고 있다. 시장의 규모가 크고 매력적이라 하더라도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실제 남겨지는 수익은 크지 않을 수 있다.

크리스 앤더슨이 제시한 「롱테일(Long Tail)」 경제학을 통해서도 틈새 시장의 중요성을 되새겨볼 수 있다. 그 동안 매출의 80%가 20%의 주요 제품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파레토 법칙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상식처럼 받아들여져 왔다. 이로 인해 다양한 수요를 창출하는 다수의 80%를 무시하곤 하였다. 그런데 개별 틈새 상품의 매출은 크지 않지만 이들을 모두 합하면 히트 상품 못지 않은 매출을 올리기도 한다. 아마존의 대부분의 수익원은 대형 서점에 진열되지 않은 비주류 단행본이나 희귀본이라고 한다. 또한 구굴의 주요 광고 수익원도 대기업이 아니라 꽃 배달이나 제과점과 같은 영세 업체라고 한다.

기존 마케팅 활동은 잠재적인 수요 보다는 지금 눈에 보이는 수요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자신이 원하는 것이 충족되지 않아 구매량을 늘리지 않는 고객을 끝내 놓쳐버리는 것이다. 이른바 블루오션 전략도 이런 비고객(Non-customer)에 대한 이해를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하도록 제안하고 있다. 메인 시장에 대한 집착으로 보지 못했던 틈새 시장을 발굴하라는 것이다.
 
틈새 시장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물론 틈새 시장은 나름대로 취약점을 지니고 있다. 시장진입에 비용이 많이 드는 반면에 예상되는 수익이 그만큼 매력적이지 못한 것이다. 롱테일 법칙이 인터넷 사업에 주효한 것도 고정비 이외에 추가로 드는 비용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는 그야말로 밥상을 차려 놓으면 10명이든 1,000명이든 수용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반찬 하나만 추가해도 이를 찾는 발길이 오랫동안 끊이지 않아 쏠쏠한 재미를 맛볼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오프라인 환경에서는 모든 활동에 추가적인 비용이 들기 마련이다. 따라서 투입하는 비용 대비 수익의 크기를 고려해 볼 때 틈새 시장이 그리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역시 기존 시장을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해 생기는 착시 현상에 불과할 수 있다.
주력 시장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틈새 시장을 발굴하여 성장한 사례는 오프라인에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소주 시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성을 주된 고객으로 삼았다.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일부였고 소주 자체가 여성의 음주 성향과는 맞지 않는다는 게 당연시되어 왔다. 그런데 소주 알코올 도수가 갈수록 순해지면서 주요 소비층이 남성에서 점차 여성으로 옮겨가고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소주 브랜드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광고도 남성 보다는 여성을 공략하는 추세에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틈새 시장으로 여겨졌던 여성 고객들이 어느새 소주 시장의 상당부분을 차지한 것이다.

화장품 산업에서 메인 고객은 외모를 아름답게 꾸미려는 여성으로 여겨진다. 대부분의 화장품 업체들은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광고 모델들을 보여줌으로써 예쁘고 아름다워지고 싶어하는 고객들의 욕구를 자극하였다. 그런데, 바디샵은 외모의 아름다움에서 내면의 아름다움이라는 틈새를 발굴하였다. 평범하거나 심지어 외모가 못생긴 모델들을 기용함으로써 내적이고 자연적인 미를 강조하였다. 보이지 않던 화장품 시장의 틈새를 찾아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확보한 것이다.
 
불황일수록 틈새 시장을 공략하라

기업이 시장을 공략하는 방식은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기업은 소수의 알짜배기 고객과 다수의 의미 없는 고객으로 시장을 이해한다. 자연히 알짜배기 고객에 집중하여 매출과 수익을 확보하려고 한다. 다른 기업은 꼬리가 길게 늘어진 도마뱀처럼 시장을 인식한다. 그 긴 꼬리를 잘게 쪼개어 공략함으로써 몸통 못지 않은 실속을 차리려 한다.

시장 환경이 어려울수록 고객을 다양하고 세분화된 시장으로 쪼개어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전체를 대상으로 하거나 이미 소문이 난 시장을 대상으로 하면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야 하며 치열한 경쟁도 이겨내야 한다. 여유가 많다면 비용을 들이더라도 규모를 확대하고 최대의 효과를 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처럼 불확실한 환경에서는 작지만 안정적이고 경쟁이 미치지 않는 세분화된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경기 침체가 이어져도 소비자들은 물건을 구매하고 기업들의 성패는 엇갈린다. 경쟁자와의 경쟁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더욱 더 긴밀하게 다가서려는 기업만이 2007년에도 불황의 파고를 헤치고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장강일. LG주간경제 20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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