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제고를 위해 기업들이
많은 혁신 기법을 도입하고 실행해 오면서 혁신 활동은 발전적 진화를 거듭해 왔다. 선진 기업들은 6시그마 등 기존의 혁신 노력에 더해 시장
지향적이고 창의적인 혁신 활동을 강화해가고 있다. 우리기업에게도 지금까지의 성과를 넘어 새로운 도약을 위한 혁신 활동의 변화와 업그레이드가
요구되고 있다. 주요 선진 기업들의 혁신 동향을 살펴보고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실행 포인트들을 정리해본다.
개인은 늘어나는 평균 수명으로 노령화 사회를
우려하고 있지만 기업은 점점 짧아지는 평균 수명으로 생존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지난 1955년에 45년이던 평균 존속 기간이 2005년에는
평균 15년 정도로 줄어들었다. 창업 후 채 30년 되지 않아 80% 정도의 기업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고 한다.
이런 절박감 속에 매년 기업들의
새해 다짐으로 빠지지 않는 단어가 바로 혁신과 성장이다. 연초부터 원화 강세가 이어지고 국제 유가도 고공 행진을 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혁신의
고삐를 더욱 더 바짝 조이고 있다. 이전에는 해외 기업들의 경영 시스템과 혁신 기법을 재빨리 도입하는 것으로도 성장을 구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글로벌 일류를 지향하는 국내 주요 기업들은 이제 스스로 경영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새로운 혁신 기법을 발굴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에 제대로 된 혁신을 하는 기업만이 고성장 기업으로 남게 될 것이다.
혁신 활동의 발전적 진화
지금까지 다양한 혁신 활동들이
끊이지 않고 전개되어 왔다. 혁신은 새롭게 뜨고 지기를 반복하면서 나름의 트렌드가 있고 진화 과정이 존재한다. 기업의 혁신 기법들이 환경 변화에
맞추어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국내 기업들의 혁신 활동도 그
성격이나 범위가 시대 상황에 따라 변화되고 있다<표1 참조>. 1990년대 초에 국내 기업들의 혁신 활동은 현장 합리화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 시기는 원가 우위 확보를 위해 생산 현장을 중심으로 비효율적이고 낭비적인 요인을 제거하는 혁신 활동이 주를 이루었다. 그 후
1990년대 후반 들어 6시그마 등이 국내에 소개되면서 생산 현장 이외에 개별 기능 부서 차원의 혁신 활동이 확산되었다. 이 시기에는 주로 간접
부서 혹은 기능별 단일 부서 차원에서 문제 해결과 성과 개선이 이루어졌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전사 차원에서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여러 부서가 연계되는 과제로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특정 문제 요소만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최종 성과 관점에서 총체적으로 문제를 접근하는
전체 최적화를 지향하는 것이다.
6시그마 운동에서도 혁신 기법의
진화 과정을 엿 볼 수 있다. 6시그마 운동의 창시자인 마이클 해리는 최근 들어 3세대 6시그마 운동을 제시하고 있다. 1세대 6시그마는
1980년대 모토로라가 품질 개선과 불량률 감소를 목표로 추진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기업의 전략적 목표를 반영하지 못해 기업 전체적으로
효과를 발휘하지는 못하였다. 2세대 6시그마는 GE가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기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활동으로 구현된다. 하지만 프로세스 개선으로
인한 성과 향상도 시간이 지나면서 한계를 맞게 된다. 이에 요즘 언급되고 있는 3세대 6시그마는 점진적 개선에서 벗어나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데 초점을 맞춘다. 기존의 6시그마가 문제해결 과정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3세대 6시그마는 창의적인 혁신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혁신 활동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화해 가는데 일부 기업들의 혁신 활동은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을 하는 경우가 있다. 기존에 적용했던
기법을 중단하는 순간 혁신이 퇴보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우려하여 현재 적용하고 있는 혁신 기법을 다듬고 발전시켜 나가는 데에는 소홀한 것이다.
자사의 혁신 기법이 성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면 혁신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단정하기 전에 혁신 기법이 너무 정체되어 실행력이 약화된 것이 아닌가를
재점검해봐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혁신 활동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주요 기업들의 사례를 살펴보고 시사점을 도출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혁신 활동의 실행 포인트
혁신 활동을 성장의 모멘텀으로
활용한 기업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포인트는 다음의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 전사 차원의 프로세스 조정 및 통합
혁신은 기존 관행을 버리고
일하는 방식을 새롭게 정립하는 것이다. 따라서 숫한 혁신들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이든 궁극적으로는 해당 프로세스의 개선을 추구하게 된다. 문제는
혁신이 일부 기능의 개선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면 전사 차원의 최적화를 달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부분적으로 수행되던 혁신
활동들을 전사 프로세스 관점에서 연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조직 전체 프로세스를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업무 프로세스 관리(BPM)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국내에서도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6시그마와 전사적 자원관리(ERP), 공급망관리(SCM) 등을 프로세스
관점에서 결합해가는 작업을 추진 중에 있다.
프로세스 관리는 단순히 기존
활동을 통합하고 관리하는 차원 이상의 중요성을 지닌다. 기존의 혁신 활동들은 예측 가능한 상황에서 효율성 추구를 주된 목적으로 삼았다. 그러나
고객의 요구 사항이 다양화되고 경쟁이 가속화될수록 기업이 당면하는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현재처럼 역동적인 시장 상황에서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민첩성이 강조된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업무 프로세스 최적화를 통한 신속성과 유연성 확보이다.
델은 최적의 프로세스 관리를
통해 경쟁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고객이 주문을 하게 되면 이는 실시간으로 제품 개발과 생산에 반영된다. 주문 접수에서 최종 배송까지 일련의
프로세스가 통합적으로 연계되어 있다. 협력사와도 실시간 협업 체계가 구축되어 있다. 이를 통해 주문 처리의 정확성 및 신속성과 함께 제품 개발의
생산성, 재고 관리의 효율성, 배송의 적시성 등을 확보하고 있다. 1999년 대만에 지진이 발생하여 전세계적으로 PC 부품 품절이 야기되고 주요
제조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은 사례가 있다. 그러나 델은 공급과 수요에 대한 정확한 예측을 통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업무 프로세스가
부분으로 단절되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월마트도 전사 차원에서 일련의
프로세스를 살피고 실시간 물류 흐름을 파악하고 있다. 제품을 필요한 곳에 적시에 제공해 물류 비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제품 주문과 재보충이
연계되어 실시간 물류 관리가 이루어진다. 제품 공급에서부터 매장 판매까지의 모든 업무와 정보의 흐름이 일원화되었기
때문이다.
● 고객에 초점을 맞춘 혁신 활동의 전개
시장 여건이 불확실해질수록
기업은 안살림을 세밀하게 챙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내부 프로세스 최적화로 거둘 수 있는 효과는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극적인 향상이 어렵다. 마른
수건 짜기가 한계에 이르는 시점부터는 고객 관점의 혁신이 중요해진다. 이 때부터는 내부 관점에서 비용 절감과 효율성 개선을 꾀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 시장의 관점에서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모든 경영 활동과 마찬가지로 혁신의 출발은 고객에 대한 이해로부터 시작해 고객 만족 달성으로
끝난다. 내부 혁신의 순환 고리에 빠져 자칫 고객을 향한 방향 감각을 잃어버리는 순간 혁신은 겉돌게 된다.
모토로라는 혁신의 대표적인
사례로 자주 언급되곤 한다. 하지만 모토로라 역시 고객 관점의 혁신을 소홀히 하여 낭패를 본 경험이 있다. 지난 1980년대 중반부터 모토로라는
사업의 최우선 순위를 품질에 두고 전사적인 혁신 활동을 추진하였다. 이를 통해 6시그마를 태동시켰고 세계적인 품질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런데 2000년대에 지속적인 시장 점유율 하락과 수익률 감소를 겪게 된다. 내부의 혁신 역량을 최적으로 확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외부 환경과
고객의 니즈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고전한 것이다. 이런 모토로라를 다시 급부상시킨 부활의 원동력은 기술 리더십이 아니다. 미니 모토, 스핀
모토, 레이저 폰 등에 반영된 세련된 디자인과 브랜드 가치, 그리고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능력에 기인한다. 2004년에 모토로라에 취임한
에드워드 잰더 회장은 취임 인터뷰를 통해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과 대화하고 경청하면서 계획을 짜나가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영업 이익과
현금 흐름에 맞추어졌던 기존의 성과 평가 방식을 품질과 고객 만족, 수익 성장 등 소비자를 중시하는 방식으로 전환시켰다. 그리고 조직의 시장
대응력을 강화시켜 디자인, 기술, 품질 등에서 소비자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어내고 신속하게 신상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하였다.
닛산도 내부 혁신에 치우쳐
시장과 고객으로부터 외면당한 경험이 있다. 1990년대 후반 닛산은 지속적인 시장 점유율 하락과 적자로 파산 위기에 처했다. 기술의 닛산으로
알려질 만큼 기술력은 우수했지만 정작 고객의 니즈와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것이다. 1999년 닛산에 부임한 카를로스 곤은 과감한 혁신과
개혁을 추진하였다. 그가 추구했던 혁신의 목표는 고객 지향과 수익 창출이었다. 닛산이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내부 생산성이 아니라 고객의
니즈를 읽고 시장에 팔리는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였기 때문이다.
● 창의적 혁신으로 블루오션 개척
기존 시장에서의 제품과 서비스
혁신은 얼마 가지 않아 한계에 직면하게 된다. 현재는 성장 추세에 있다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성장 정체로 인해 공급 과잉과 경쟁 심화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더욱이 정보 통신 기술의 발달로 산업간 영역이 붕괴되고 융합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새롭게 시장을 재편하고 신시장을 개척하는
파괴적 혁신이 확산되며 전방위적으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예상치도 못한 경쟁자가 갑작스럽게 나타나고 고객의 기대 수준도 날로 높아질 것이다.
내부 운영 최적화와 품질 혁신, 기존 고객 만족에만 힘을 기울이는 기업들은 시장 자체를 형성시키는 창의적 혁신 기업에게 경쟁 우위를 내주게 될
것이다. 블루오션에 대한 관심이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쉽게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는 기업들의 이러한 위기의식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GE는 6시그마의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되며 내부 혁신을 성공적으로 진행해온 기업이다. 그런데 2001년 잭 웰치에 이어 제프리 이멜트가 취임하면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잭 웰치가 6시그마에 기반한 품질 혁신과 점진적 개선을 추구하였다면 이멜트는 신시장과 신제품 창출을 중요시한다. 이전에는 체계적인 관리와 실행의
문화였다면 지금은 구성원의 창의성과 외부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혁신을 촉진하는 문화를 지향하고 있다. 이멜트 회장은 앞으로 10년 동안
매년 8% 성장을 목표로 하며 이코매지네이션(Ecomagination)이라는 새로운 친환경 사업을 제시하였다. 지금까지 GE의 문화가 치밀한
계획과 점진적 실행이었다면 이제 과감한 계획과 창의적 혁신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도요타는 최근 수년간 경쟁사를
압도하는 실적을 올리고 세계 2위의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개발 부문과 생산 현장의 긴밀한 연계, 그리고 도요타 생산방식(TPS)에
기반한 지속적인 개선 능력 등이 도요타의 성공 비결로 언급된다. 그러나 이러한 내부 혁신 못지 않게 새로운 시장 창출과 선점 역량을 도요타의
지속적인 성공 비결로 꼽을 수 있다. 도요타는 자동차 산업의 최후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환경 관련 기술력 확보가 관건이라고 판단하였다. 수년
동안 환경 보전과 에너지 절약형 미래 자동차 개발에 매진하여 하이브리드카인 프리우스를 1997년에 성공적으로 출시하였다. 이는 포드와 GM이
2004년 이후에 하이브리드카를 출시한 것에 비해 무려 7년 이상 앞선 것이다. 또한 고령화 사회의 도래를 고수익 창출의 기회로 보고 노인용,
장애인용 자동차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 혁신 활동의 조직적 실행력 강화
기업의 성공을 결정짓는 것은
적절한 혁신 기법과 이를 실행에 옮기는 변화 관리 역량이다. 피터 드러커는 경영자들은 소녀와 같이 유행에 민감하여 다른 회사들이 혁신 기법을
사용하면 이를 자기 회사에 적용하고 싶어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작 사람이 바뀌지 않고서는 낡은 사업 방식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초기에
경영자에 의해 혁신의 시동이 걸릴 수는 있지만 조직원들의 실행력을 토대로 형성된 혁신 문화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당초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성공적으로 혁신 활동을 전개해
온 기업들의 대부분은 CEO 직속의 경영혁신 조직을 가지고 있으며 CEO가 가장 신임하는 임원이 전담 임원으로 배치된다. CEO 스스로가
달성하고자 하는 혁신 비전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구성원들에게 혁신을 전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혁신에 대한 피로감과 불만을 가중시켜
정작 변화가 필요한 절실한 순간에 혁신 모멘텀을 상실할 수도 있다.
IBM의 전 CEO인 루
거스너는 기업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회사 임직원들의 공감대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했다. ‘왜 내가 변화를 요구 받고 있는가’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어야 조직이 춤추기 시작한다.
선진 기업일수록 경영층의 비전
제시와 구성원의 참여를 유도하는 환경 조성에 힘을 기울인다. GE는 워크 아웃 등의 방식을 통해 조직원의 참여를 끌어내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창의적 혁신 문화 조성을 위해 모든 구성원들이 마케터로서 기질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 마케팅
전문가를 조직의 다양한 부문에 파견하여 마케팅의 중요성을 전파하고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
또 다른 예로는 공격적인 인재
영입과 독자적인 보상 방식을 통해 변화 관리를 잘하는 기업인 구글을 들 수 있다. 구글은 직장을 단순히 실적과 이윤만을 중시하는 곳이 아니라
인생에 있어서 의미 있는 일을 하는 장소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스톡옵션 이외에도 파격적인 복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직원의
소속감을 높이고 자사 경영 방침의 확산과 실행력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늘 새로워야 혁신이다
혁신 기법은 효용성이 떨어지면
진부해질 수 있다. 그러나 혁신 자체는 늘 새로워야 한다. 도요타는 현재의 방법이 가장 나쁘다는 자세로 현 상황을 늘 새롭게 돌파하려 한다.
다시 말해 보다 더 나은 기업으로 거듭 태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개선을 추구하고 있다. 요즘처럼 선도자와 후발 주자의 차이가 갈수록 좁아지는
상황에서는 끊임없이 자기부정을 하고 발전해 나가는 기업만이 생존과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
혁신 활동은 달리는 자전거에
비유할 수 있다. 움직임이 느려지는 듯 하면 다시 한 번 폐달을 힘차게 밟아야 한다.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생존마저도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장강일. LG주간경제
2006.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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