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들의 로망은 무엇일까? 아마도 일하지 않고도 먹고 즐기며 사는 것일 게다.
누구나
한 번쯤은 퇴근길에 로또 판매대가 도드라지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럴싸한 빌딩을 지나칠 때면 임대업자가 되는 백일몽에 살짝 젖어보기도 한다.
그러다 이내 가슴 한 켠에 아쉬움을 남긴 채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게 된다. 오늘도 직장인들의 커피 한 잔과 한 모금의 담배 연기에 이러한 로망과
함께 신사업에 대한 바램이 베어 있다면 너무 억지스런 과장일까?
이쯤
되면 이들의 꿈을 한데로 모아보면 무언가 큰 일이 이루어질 것 같기도 하다. 이른바 최근에 회자되고 있는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을 뜻한다.
나보다 똑똑한 우리, 집단지성
집단지성은
다양한 개인들이 서로 협력하거나 경쟁함으로써 얻게 되는 집단적인 지적 능력을 일컫는다. 국내에서는 ‘집단’으로 일반적으로 번역하지만, 경계가
있는 Group을 뜻하는 ‘집단’ 보다는 사람들이 쌓여가는 ‘집합적(Collective)으로 해석하는 것이 원래 의미에 더 부합할 것이다.
중국어로는 군체지혜(群體知慧)로 표기하는데 이 표현이 더 적합해 보인다.
집단지성은
개개인의 능력을 단순히 산술적으로 총합한 수준을 능가한다. 또한, 생산자와 수혜자가 따로 없이 누구나 생산하여 공유하고 피드백을 주고
받음으로써, 정체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진화하게 된다. 2007년 다보스 포럼에서는 네트워크 시대의 확산으로 지식이 전문가 집단에서 아마추어
집단으로 이전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빌 게이츠는 “집단지성의 위력을 느끼게 될 것이다”라며 강한 기대감을
표출하였다.
집단지성은
초기에 생물학에서 아이디어가 도출되었다고 한다. 1910년대 미국의 곤충학자 윌리엄 모턴은 개미 집단을 연구하면서 초유기체(Super
Organism) 현상을 관찰하였다. 개미 한 마리는 지능과 힘이 극히 미미한 존재에 불과하다. 그러나, 수천 수만 마리가 집단을 형성하게
되면, 마치 거대한 유기체의 한 세포처럼 움직인다. 집단 전체가 고도의 지능 체계를 형성하여, 개별 개미의 지적 능력을 넘어서는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러한
집단지성의 개념은 2004년 저널리스트 제임스 서러위키에 의해 고도화된다. 그는 ‘대중의 지혜(The Wisdom of Crowds)’라는
저서를 통해, 집단은 집단 내부의 가장 우수한 개체보다 더 지능적이라고 주장한다. 현명한 소수의 엘리트 집단보다 무작위로 섞여 있는 다수의
대중들이 더 훌륭한 결정을 내릴 통계적 확률이 높음을 풍부한 사례들로 설명하였다.
거스를 수 없는 변화의 흐름
물론,
집단지성에 대해 부정적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회심리학자인 귀스타브 르 봉은 일찍이 19세기 말부터 집단광기에 대해 언급하였다.
“군중 속의 인간은 개별적일 때와 다르게 이성에 의해 행동하기 보다는 광기, 패닉, 공포, 희망 등 집단적이고 원초적인 감정에 휩싸여
무의식적이고 동물적인 과격한 행동으로 이어진다.”
집단지성이
자칫 집단광기로 이어져, 부정적인 집단사고(Group Think)를 유발할 수 있다. 객관적인 사고를 균형 있게 섭취하지 못하고 비슷한 생각을
지닌 사람들의 생각을 극단적으로 편식함으로써 사회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다양한 시각을 가진 개인들이 참여하고, 개별 참여자들이 소신을 가지고 독립적인 판단을 내리고, 또 이러한 다양한 의견들이 종합되는 적절한 환경만
갖춰진다면 집단지성은 놀라운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아니,
집단지성은 전략적 선택이 아니라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다가오고 있다. 블로그와 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의 확산으로 참여와 공유라는 웹
2.0 철학은 주위 곳곳에서 발현되고 있다. Facebook 세대로 일컬어지는 인터넷 기반의 N 세대(Net Generation)의 참여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게리 하멜은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이러한 세대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사회적 속성을 수용하지 못하는
집단은 머지않아 진흙탕에 빠지게 될 것이다”라고 역설하였다.
경영환경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소위 ‘전문가’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 전문가의 전문 지식이라는 게 특정 분야에 제한되어 있으며,
당면하는 문제들에 누가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지 해당 전문가를 식별하는 것 자체가 곤란해진 것이다. 안정적인 상황에서 ‘기획과 통제’ 위주로
운영되었던 기업들이 변화된 환경에서 구성원들의 ‘다양성과 열정, 자율적 참여’를 강조하게 되면서 집단지성은 경영 측면에서도 급속하게 부상하고
있다.
신사업에 대한 집단의 로망을 모아
이러한
집단지성은 신사업 아이디어 발굴과 사업화에서도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IBM은 ‘Jam’이라는 이벤트를 개최하고 있다. Jam은 즉흥적인
재즈 연주를 뜻하는 것으로, 한 사람이 연주를 시작하면 흥이 내키는 다른 사람이 도중에 뛰어들어 다른 악기로 협주하며 판을 크게 벌려 가는
것이다. 그야말로 집단지성의 취지를 잘 표현한 용어가 아닐 수 없다. IBM은 2001년부터 다양한 주제의 Jam 행사를 진행하였으며,
2006년에는 세계 160 여 개국의 15만 명의 IBM 구성원들과 파트너들에게서 신사업 아이디어를 도출하였다. 이 행사를 통해 총 46,000
여 개의 아이디어가 제출되었고 이중에 전자의료기록시스템과 3D 인터넷 등 10개 아이디어를 최종 채택해 총 1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델의 ‘Idea Storm’이나 시스코의 ‘I Prize’, 온라인 티셔츠회사인 Threadless에서도 다양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취지에서 신사업에 대한 로망을 가진 무수한 개인들이 모여서 아이디어를 교류할 수 있는 개방적 네트워크가 간절해진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혁신적
아이템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수 많은 아이디어와 열망이 한 자리에 모이는데 그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 와중에 자신의 가슴 한 켠에
아쉬움으로만 덮어두었던 조각 조각의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오고, 다른 사람들과의 긍정적인 논쟁(Storm)과 조언(Comments) 속에 기대
이상의 아이템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집단지성의 힘이며, 우리 ‘Innovator Review’가 꿈꾸는 로망이기도 하다.
(장강일.
Innovator Review October 2009, Vol.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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