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장의 화두는 단연 ‘스마트’ 이다. 2009년에 50만대에 불과하던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대수가 2010년에는 무려 400만대를 육박하였다.
2011년에는 스마트폰 보급률이 30%를 웃돌며 스마트폰 대중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폰으로 촉발된 스마트 빅뱅은 일상 생활에
광범위한 변화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를 두고 ‘삶과 소통 방식의 문명사적 전환’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경영에서도
업무 방식과 일에 대한 기본 인식이 바뀌고 있다. 종래의 사무실 근무를 벗어나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업무를 보는 스마트 워크 추진이
활성화되고 있다. 개인의 능력과 근면성을 강조하기 보다는 창의성과 개방성, 그리고 협업과 유연성을 강조하는 쪽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자동차와 금융, 쇼핑 등 전통 산업에 스마트 기술이 융합되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출현하고 있다. 가히 2011년은 스마트化,
스마트 경영의 원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확실성과 역동성 속에 스마트
스마트화와
함께 산업의 불확실성과 역동성도 동시에 증대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 자체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스마트폰은 지금까지의 휴대폰 시장의 경쟁
구도와 경쟁의 Rule을 벗어나고 있다. 스마트폰은 휴대폰에서 발전된 형태가 아니라, 모든 산업이 입체적으로 융합된 열린 생태계의 중심에 서
있다. 스마트폰은 노키아와 모토로라가 포진한 통신기기 시장과 삼성과 소니가 포진한 소비 가전 시장에 걸쳐 있다. 또한, 애플과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가 포진한 정보산업 영역에도 포함되어 있다. 휴대폰을 제조한지 불과 3년 만에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한 애플의 성과도 이러한 컴퓨터
산업에서의 오랜 역량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처럼
스마트폰을 이동통신업이나 단말기제조업, PC제조업, 콘텐츠 제조업, 미디어 산업 등 특정 산업의 눈으로 국한해서 분석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스마트폰 시장 이외에도 대부분의 산업들에서 인접 산업간 융합과 산업 싸이클 주기의 단축 등으로 역동성이 심해지고
있다.
스마트는 관성으로부터의 탈피
우리
기업은 이런 불확실하고 역동적인 환경을 어떻게 스마트하게 헤쳐나갈 것인가?
‘스마트’는
모든 것을 알고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것으로 여기기 쉽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미래는 갈수록 불확실해지고 지금 눈앞의 상황 조차도 모든
것을 파악하는 게 불가능해졌다. 이런 환경에서는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전략일수록 실패할 가능성도 증대하는 역설적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특정 전략에 자원을 집중해야 하는데, 자원을 집중할수록 유연성이 떨어지고 예측과 다른 상황이 전개되었을 때 실패할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이다.
오랫동안
성공적인 결과를 달성한 기업일수록 과거의 성공 패턴에 안주해 실패를 초래하게 된다. 과거의 스마트함이 현재의 바보스러움으로 변질되는 것이다.
이에, ‘모른다’는 인식이 새로운 리더십의 요건으로 부각되기도 한다. 모른다는 것은 새로운 경쟁에 직면했다는 것을 인식하는 첫걸음이다. 이러한
인식 하에, 기존의 경영 관행을 관성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에게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자율과 열정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다.
조직
이론의 거장인 칼 와익 미시간대 교수는 “과거의 경영 도구가 구원이 아니라 파멸을 안겨다 준다”고 단언한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적합하지 않는 옛 방식은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혁신 분야의 대가인 게리 하멜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도 자기 부정을 강조한다.
“오늘날 베스트 프렉티스는 무용지물이 되었다. 조직의 목표는 과거를 방어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창출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역량을
개발해야 한다.” 이처럼, 지금까지 유효했던 비즈니스 모델과 관행의 한계를 인식하고 스스로 파괴하는 데서 스마트 경영이
시작된다.
스마트 경영의 원천은 개방과 협력
그렇다고
무분별하게 새로움을 추구할 수는 없다. 스마트 경영과 새로운 시도를 위한 근원이 필요하다. 또한, 외부 환경이 급변하고 기술 변동성이 심해질수록
조직 내부의 스마트함으로는 한계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원천으로 고객과 협력업체가 부상하고 있다.
IBM의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전자업체들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출처로 고객과 비즈니스 파트너가 각각 57%와 43%로 우위를 차지했다. 사내
R&D는 36%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보여주었다. 3M의 CEO인 조지 버클리는 “다양한 인력이 자신의 가치를 발휘하는 기업이
승리하며, 똑같이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기업은 패배한다”고 하였다. 스마트의 원천은 다양성에 있고, 최근에는 내부의 다양성으로도 부족해
고객과 협력업체, 심지어 경쟁업체로부터 그 다양성을 수혈 받는 것이다.
개방과
협력은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에만 머물지 않고 스마트한 비즈니스 모델로 이어진다. Li & Fung은 1906년에 설립된 홍콩의 다국적
무역회사이다. 놀라운 것은 단 하나의 공장도 소유하지 않고, 약 40개국에 11,000개 이상의 공급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공급사슬은 생산과 물류 관점에서 설계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Li & Fung은 자산 효율화 관점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공급사슬을 구축하였다. 고객의 요구가 변하면 유연한 공급 네트워크가 고객의 변화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완전히 재구성된다. 고객은 상상하고
제품은 배달된다. 뭇 기업들처럼 스마트해지는 고객의 의중을 파악하려 전전긍긍하거나 뒤늦게 대응하여 실기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 함께 움직인다.
이를 위해, 핵심역량을 물리적인 공장을 소유하는 데서 찾지 않고, 기업들을 연결하는 역량에서 찾았다.
일본의
쿠수닷컴은 소비자가 주도하는 ‘Social Manufacturing 모델’을 구현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웹 사이트를
통해, 사용자가 직접 제품 컨셉과 디자인을 제안하고, 제조업체가 참여해 제품화한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상용화하기 위해 다른
사용자들을 직접 참여시키고 또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홍보활동에 적극 참여하게 된다. 이처럼, 고객 및 외부 주체들과 유연하고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시장의 변동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스마트 경영을 구현할 수 있다.
실행력 있는 강한 조직이 뒷받침되어야
스마트
경영은 구성원의 에너지를 최적으로 끌어내는 강한 조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최근 경영의 주된 관심은 사람이다. 사람을 배제하고 효율과 생산성을
중시하는 차가운 경영에서, 구성원 개개인의 동기와 역량을 강화하는 따뜻한 경영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스마트 경영 역시, 구성원들의 긍정적인
신념과 감성적인 몰입에 기반한다.
그럼,
어떻게 구성원들의 동경과 열망을 자극할 수 있을까?
첫째, 가슴 벅찬 비전이 있어야 한다.
구성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전략(How)이 아닌
비전(Where)이다. 불확실성이 높을 때에는 구체적이고 확정적인 실행 방법 보다는 북극성과 같은 방향성 제시가 효과적이다. 좋은 비전이란
기업의 수익성 이외에 좀 더 큰 대의명분을 추구하고, 고객에게 의미 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 TIME지의 2010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페이스북 창립자인 마크 주커버그는 “세계를 좀 더 개방되고 연결된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비전이 구성원의 마음을
사로잡고 사용자들의 강한 지지를 끌어내고 있다.
둘째, 구성원과 함께 만드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비전에만
그치지 않고 생생하고 구체적인 미래의 이미지를 심어주고 구성원을 꿈꾸게 해야 한다. 지멘스는 2004년부터 1년에 두 차례씩 “Inventing
the Future”라는 미래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각 분야별로 10년, 20년, 30년 후의 미래 이미지와 가상의 시나리오를 구체적인
그림과 스토리로 보여준다. 미래 핵심 기술과 소비자들의 관심사를 앞서 예측하고 보여줌으로써 구성원과 고객들의 이해를 도울 뿐만 아니라, 관련
이해관계자들의 관심을 유발하고 공동의 발전방향을 선제적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셋째, 작은 승리 체험이 필요하다.
직면한 문제가 거대하고 극복 불가능해 보일수록 불안과 무력감은 커진다.
그러나, 압도적인 문제도 쪼개어 접근하면 구성원들이 안정을 되찾고 건설적 행동에 나설 수 있다. 페덱스는 “성공 체험은 더 큰 성공을
부른다”라는 인식 하에 각종 시상으로 구성원들의 작은 성과를 기념하고 다른 직원들과 공유한다.
마지막으로, 구성원들이 스스로 주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구성원들은 각종 규정과 관행들로 자신의 의지를 발휘할 기회가 제한적이다.
이들에게 실질적인 선택권을 제공하고 이를 활용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동시에, 자율 책임과 규제 시스템도 뒤따라야 한다. 듀폰에서는 모든
구성원들이 매년 1년 동안 자신이 제안한 내용과 그 실행여부에 대한 증빙자료를 모아 자기 평가서를 제출하게 한다. 이를 토대로 개인별 성과에
대해 상사와 논의하고 평가를 실시한다. 구성원들에게 책임감 있는 행동을 요구하고 비효율적인 자원 낭비도 방지하는
것이다.
스마트
경영은 변화와 쇄신
환경이
변화하면 기업도 근본적으로 변해야 생존이 가능하다. 지금 기업을 둘러싼 삶과 소통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스마트’는 한 순간의
트렌드나 경영 기법이 아니라 조직문화에 내재된 DNA 같은 것이다. 그 동안 답습해왔던 조직 내부의 비효율과 불합리를 떨쳐버리고 새로운 환경에
맞게 변모해야 한다. 다윈이 지적했듯이 이러한 환경에 살아남는 기업이 바로, 스마트한 조직이고 강한 조직이다.
(장강일,
SKT사보 2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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