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3.0 시대의 생존 전략 - 경영전문블로그 Innov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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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11

마케팅 3.0 시대의 생존 전략

"소비자들은 무섭게 진화한다. 마케팅 역시 하루가 다르게 분화하고 성장한다. 이전에 통용되었던 마케팅 이론은 결코 오늘날에 적용될 수 없다.”

마케팅의 거장인 필립 코틀러는 마케팅의 역동적 변화를 강조한다. 그는 제품과 기업의 진정한 가치를 향상시키지 않고 그저 이미지만을 치장하려는 마케팅을 구식 마케팅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런 구식 마케팅에 매몰된 기업들은 어느새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럼,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마케팅은 무엇인가?


마켓 3.0 시대의 도래

필립 코틀러는 마켓 3.0 시대가 도래하였다고 역설한다. 마켓 1.0은 제품 중심의 시대이다. 산업화 시대 이후, 대량 생산된 제품에 고객의 취향을 맞추는 것이다. 마켓 2.0은 소비자 지향의 시대이다. 소비자들은 인터넷 등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획득하고 유사한 제품을 손쉽게 비교하게 되었다. 기업들은 다양한 제품들 중에 자사 제품을 차별화하고자, 고객의 머리뿐만 아니라 가슴을 감동시키기 위해 노력하였다.

반면, 마켓 3.0은 가치 주도의 시대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상생과 인류 공존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제품과 서비스를 통한 기능이나 정서적 만족감 이외에도 신뢰와 진정성을 추구하게 된 것이다. 이에 발맞추어, 기업 역시 단순한 고객 만족이나 단기적 이익 실현을 넘어서 좀 더 큰 미션과 가치를 통해 세상에 기여하고자 한다. 마켓 3.0은 감성 마케팅을 넘어서 영혼을 감동시키는 마케팅이라고 일컬어진다.


스마트 빅뱅으로 마켓 3.0 본격화

이러한 마켓의 진화는 기술 발전과 맞물려 있다. 마켓 1.0은 산업혁명 시대의 생산 기술 발달에 기반한다. 마켓 2.0은 인터넷과 정보화 기술의 발달이 뒷받침되었다. 마켓 3.0의 원동력은 최근 폭발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뉴웨이브(New Wave) 기술이다. 뉴웨이브는 저렴한 컴퓨터와 휴대전화, 저비용 인터넷, 오픈소스를 활용해 개인간의 연결성(Connectivity)과 상호작용성(Interactivity)이 증폭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소비자는 더 이상 고립된 개인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고, 기업과도 능동적으로 대화를 추진한다.

이러한 연결성은 스마트폰으로 촉발된 스마트 빅뱅을 통해 광범위하고 급속하게 커지고 있다. 2009년 말만 해도 50만대에 불과했던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대수가 2010년에는 무려 400만대를 육박하였다. 2011년에는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30%를 웃돌며 스마트폰 대중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에릭슨의 한스 베스트베리 CEO는 “5년 안에 현재 인구보다도 많은 80억 명의 이동통신 가입자가 생길 것이다. 그리고, 이 80억 명이 마치 하나처럼 움직이게 될 것이다.”라고 전망한다. 마켓 3.0의 기술적 토대가 시시각각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소셜 미디어가 새로운 매스 미디어 
스마트 기술의 확산은 전통적인 매스 미디어의 영향력을 급속히 약화시키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이용자 중 50% 이상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입하고 있다. 만 12세 이상 인터넷 이용자의 52.5%는 궁금한 사항이 생기면 인터넷을 가장 먼저 찾는다. 인터넷 매체는 사용량뿐만 아니라 신뢰도도 급상승하고 있다. Nielsen이 2009년에 50개국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 상의 고객 의견에 대한 신뢰도가 70%로 나타났다. 지인들의 추천이 가장 큰 90%의 신뢰도를 보였고, 전통적인 TV와 신문은 약 60%에 불과하였다. 소비자들 스스로가 정보의 생산 및 유통자가 되면서 전통적 광고에 대한 의존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소셜 미디어의 파급력을 간파한 기업들은 새로운 미디어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연간 90억 달러를 광고 및 협찬에 사용하는 세계 최대 광고주인 P&G도 온라인 매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P&G는 1930년대와 1950년대 라디오와 TV가 대중화되던 초창기에 여성 소비자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들을 겨냥한 광고를 내놓았다. 주 시청자 층인 주부들을 대상으로 드라마를 제작하여 ‘소프 오페라(Soap Opera)’라는 용어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매스 미디어 광고의 대표격인 P&G는 2007년에 ‘크레센트 하이츠(Crescent Heights)’라는 인터넷 시트콤 드라마를 제작하여 자사 사이트와 휴대폰을 통해 방영하였다. 20대 젊은 시청자를 타깃으로 3분짜리 드라마를 제작하고 내용 중간에 자사 제품을 간접적으로 노출시켰다. 2008년에는 더욱 더 본격적인 온라인 마케팅 기법을 개발하고자 구글과 직원 교류 프로그램을 시행하였다. 두 회사 직원들은 타이드와 팸퍼스 등 P&G 대표 브랜드들의 온라인 광고 전략을 논의하고, 타이드의 TV 광고 패러디 공모전을 유튜브에 올리기도 하였다. 최근에도 P&G는 여성 월경 주기를 체크하고 전문가들에게 질의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고, 올드 스파이스와 같은 자사 제품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는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매스 미디어 광고를 혁신적으로 개척했던 P&G가 이제 온라인 미디어와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를 적극 공략하고 있는 건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투명한 어항 속의 물고기

그런데, 단지 소셜 미디어를 적극 활용한다고 해서 마켓 3.0 시대에 온전히 대응할 수는 없다. 매스 미디어가 우세하던 상황에서는 일방향 커뮤니케이션이 대세였다. 기업들은 부정적인 보도의 확산을 어느 수준까지 통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소셜 미디어가 확산되는 지금은 정보 통제라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개인들은 언제 어디서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입소문을 퍼뜨릴 수 있다. 필립 코틀러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오늘날 기업을 투명한 어항 속의 물고기로 비유한다. 고객은 이제 기업 활동을 밖에서 훤히 파악하고 일파만파 전파하는 힘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기능과 감성적 소구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필립 코틀러는 정직과 진실성만이 해답이라고 역설한다. 노벨상을 수상한 시카고대학의 로버트 윌리엄 포겔은 물질적 충족의 정상에 오른 오늘날의 사회는 갈수록 영적 원천을 추구할 수 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이제 소비자는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제품과 서비스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영적인 측면까지 감동시키는 경험과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다. 이러한 ‘의미’를 제공하는 것이 미래형 마케팅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깨어있는 자본주의(Conscious Capitalism)’ 개념의 창시자인 인도 출신의 라젠드라 시소디어 교수 역시 유사한 주장을 펼친다. 물질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가치가 갈수록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욕구가 소셜 미디어라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환경에서 증폭되고 일상 생활에 광범위하게 스며들고 있다. 소셜 미디어라는 껍질뿐만 아니라 그 내면에 담겨있는 소비자들의 욕구와 기업에 대한 기대를 읽어야 한다.


이 시대의 사랑받는 기업

시소디어 교수는 사랑받는 기업이란 단기적으로 수익을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사회적 이상과 목적을 가지고 운영된다고 한다. 이들 기업은 지역사회와 협력업체, 투자가, 고객, 직원 (SPICE: Society, Partner, Investor, Customer, Employee) 등 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 관계자들이 고르게 이익을 얻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런 맥락에서 마이클 포터 관점의 경쟁 구도 분석은 유용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모든 사람을 경쟁자로 보고 공급업체 및 고객과의 가격 협상력을 분석하다 보면, 협력의 기회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비즈니스에 대한 전통적 시각이 달라지는 것이다.

사랑받는 기업은 관념적으로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진다. 구글과 사우스웨스트항공, 아마존, 이케아, IDEO 등 사랑받는 기업들은 이른바 위대한 기업들보다도 8배에 달하는 수익률을 달성했다고 한다. 지난 10년 동안 사랑받는 기업의 주가는 1029%, S&P 500 기업은 평균 122% 오르는데 그쳤다. 이해관계자들의 신뢰와 강력한 충성도에 기반해 놀라운 성과를 발휘하였다. 통 큰 상품 한 개를 팔고 마는 것이 아니라 기업을 사랑하는 고객과 이해 관계자 층을 만들어서 오랫동안 지속적인 성장을 구가하는 것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성공적인 기업들이 사랑과 즐거움, 신뢰, 공감, 그리고 영혼 등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가족과 사회적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고령 인구가 증가하고, 투명하고 역동적인 소셜 미디어가 보편화됨에 따라 이러한 현상은 더욱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繪事後素 (회사후소)

"繪事後素. 그림 그리는 일은 흰 바탕이 있은 이후에 한다." 공자는 논어에서 본질이 있은 연후에 꾸밈이 있다고 강조한다. 밖으로 드러난 형식적인 예(禮)보다 그 예의 본질인 인(仁)한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마켓 3.0 시대를 맞이하는 기업의 마음가짐도 이와 다르지 않아야 한다.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고 새로운 마케팅 기법을 적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에 앞서 진정성 있는 기업,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밑바탕이 충실하지 않으면 이내 바닥이 드러나고 사사로운 기교를 부리다가 소비자들에게 허점을 보일 수밖에 없다. 이미지 제고를 위한 사회 공헌이나 면죄부 성의 기부 활동, 겉으로는 경제성과 소비자 편익을 내세우며 자사의 잇속을 더 챙기는 마케팅은 이내 외면을 당하게 된다. 기업은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어떤 신념과 가치를 실현하고자 노력하는지, 어떤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지로 고객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시소디어 교수는 눈속임 마케팅은 한계가 있으며 올바른 일을 하는 기업이 결국 이기게 되어 있다고 강조한다. 2011년은 바야흐로 마켓 3.0 시대를 맞이하는 원년이다.

<참조 문헌>
필립 코틀러(2010), “마켓 3.0”, 타임비즈
필립 코틀러(2006), “착한 기업이 성공한다”, 리더스북
잭디시 세스, 라젠드라 시소디어, 데이비드 울프(2008),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으로”, 럭스미디어

(장강일. Innovator Review, January 2011, Vol.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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